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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넴 아르헨 전대통령 무기밀매 법정구속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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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카를로스 메넴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재임 중 발생한 무기밀매사건의 증인으로 연방법원에 출두했다가 밀매와 연루된 혐의로 법정 구속됐다고 현지언론들이 보도했다.

메넴 전 대통령은 호르헤 우르소 수사담당 판사의 명령으로 이날 오전 법정에 출두했다가 체포됐으며 3시간여 동안 신문을 받은 후 헬기편으로 부에노스아이레스 교외로 이송돼 가택연금에 들어갔다. 신문 과정에서 메넴은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우르소 판사는 메넴이 집권 당시인 1995년 국제적으로 무기판매가 금지됐던 크로아티아와 에콰도르에 곡사포.박격포.유탄발사기 등 다량의 무기를 밀수출한 사건과 관련해 불법조직을 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 사건과 관련해 아르헨티나 연방법원은 6일 마르틴 발사 전 육군참모총장을 구속했으며 앞서 안토니오 에르난 곤살레스 전 국방장관과 에미르 요마 전 대통령 보좌관도 구속했다. 에미르 요마는 메넴의 첫 부인 슐레마 요마의 동생이다.

현지 언론들은 올해 70세인 메넴이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3~10년의 가택연금형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아르헨티나 법률은 70세 이상의 고령자에겐 징역형 대신 가택연금형을 내리도록 하고 있다. 미결수도 구치소 유치 대신 가택에 연금한다.

◇ 메넴은 누구〓메넴은 89년 대통령에 당선, 95년 재선돼 10년간 재임한 후 99년 임기 만료로 물러났다.

그는 세차례 연속 재임을 금지한 헌법을 고쳐 다시 출마하려다 국민적 저항에 부닥쳐 실패하고 물러났으나 다음 대선에 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임기 초반에는 인플레.외채 등 경제문제를 개선해 인기가 높았으나 임기연장 기도와 임기 후반 경제악화로 비난받다 정권을 야당에 빼앗겼다.

90년대 초 이혼한 메넴은 지난 5월 27일 미스 유니버스 출신의 칠레 방송 사회자 세실리아 볼로코(36)와 재혼했다.

◇ 무기밀매 사건〓메넴 정권은 95년 에콰도르와 페루간 국경분쟁의 휴전을 중재하면서도 국제무기상이 에콰도르에 대포 등 약 8백만달러어치의 무기를 밀매하는 것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96년에는 아르헨티나가 유엔평화유지군을 파병했던 옛 유고지역에서 분쟁 당사국이며 무기금수 대상인 크로아티아에 3천6백만달러어치의 무기를 밀매하는 데도 협조했다.

무기 밀매는 미국 무기중개상이 주도했으며 아르헨티나측은 무기 운반과정에서 무기상이 자국 공항을 이용해 행선지를 속이는 것을 도와준 혐의를 받고 있다.

무기 밀매사건은 당시 아르헨티나 언론의 추적으로 폭로됐으며 메넴 정권은 유엔의 항의를 받는 등 국제사회에서 신뢰가 실추됐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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