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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패션 스토리] 터키석 블루, 꿀 향기 … 한국선 ‘찬밥’ 글로벌 트렌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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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2면

터키석 블루나 기린 무늬를 소화하려면 소품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세계적인 컬러 분석 회사 팬톤은 올해의 색으로 ‘터키석 블루’를 선정했다. 팬톤 컬러 인스티튜트의 디렉터인 리트리스 아이즈먼은 “열대의 파라다이스로 떠난 것 같은 치유의 힘을 발휘할 것”이라며 침실이나 거실에 적용하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국내 인테리어 업계의 반응은 다르다. 가구·생활소품 전문매장인 ‘더 플레이스’의 신혜은 커뮤니케이션팀 과장은 “검은색·회색 같은 모노톤이나 나무 고유의 색을 살린 제품만 잘나간다. 흰색만 해도 어려운데 터키석 블루는 말할 것도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 글로벌 메가 히트작도 국내에만 들어오면 기를 못 펴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뭘까. 터키석 블루 하면 떠오르는 건 그리스다. 에게해를 수놓은 하얀 외벽과 파란 지붕의 조화가 그림 같아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여름을 제외하고는 생뚱맞아 보인다. 당연히 한 번 바꾸면 한 철 이상을 봐야 하는 인테리어 컬러로는 적합하지 않다.

한국인의 피부색과도 맞지 않다. 김연아처럼 ‘은반피부’를 자랑하는 사람이라면 도전해 봐도 좋겠지만, 일반인들이 해외 전문가 말만 믿고 파란색을 뒤집어썼다간 “(영화 ‘아바타’의) 나비족이냐?”는 질문을 피하기 어렵다. 백인이나 흑인처럼 피부색과의 대비가 극명할 때, 색깔들이 특유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문양 중에서 홀대받는 건 기린 모티프다. 미국 브랜드 엘리 타하리는 올봄 ‘사파리 룩’을 컨셉트로 대담한 기린 무늬를 선보였다. 뉴욕 현지에선 꽤나 인기를 끌었는데 국내 반응은 ‘아니올시다’이다. 시선을 분할하는 과감한 도형이나 패턴의 경우 체구가 왜소한 동양인들은 문양에 눌려 더 작아 보이기 때문이다.

화장품 업계에도 국내외에서 ‘대박’과 ‘쪽박’이 엇갈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가장 극명한 건 향기에 대한 반응이다. 록시땅은 “이달 말을 기점으로 ‘허니&레몬(미엘 에 시트론)’ 라인의 국내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꿀 냄새에 열광하는 프랑스와 달리 국내에선 잘 안 된다는 이유다. 명동 롯데백화점 매장의 김영산 매니저는 “국내 소비자들은 장미나 ‘레몬 버베나’(허브)처럼 무난한 향을 고른다”고 밝혔다.

더 바디샵에서는 ‘코코넛 버터’ 라인이 비슷한 처지다. 여성들은 특유의 풍부한 향을 좋아하지만 남성들은 “비릿하다”며 질색한다는 거다. 더 바디샵 마케팅팀 한지원 대리는 “우리나라 남성들은 ‘화이트 머스크’ 같은 은은한 향을 좋아하는 것 같다. 여성용 보디 제품은 결국 향을 함께 즐기는 남성의 선호도에 따라 판매곡선의 희비가 갈린다”고 분석했다. 물론 코코넛 버터는 패리스 힐튼도 좋아하는 글로벌 베스트 셀러다.

이진주 기자, 사진제공=라우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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