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페드컵보기] 프랑스 선보인 3-4-3 전술의 위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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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4년 주기로 열리는 월드컵은 새로운 전술의 경연장이다.

1974년 서독 월드컵 당시 네덜란드는 요한 크루이프를 앞세워 '토털 사커' 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고, 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때는 '압박축구' 가 세계를 지배했다.

아울러 당시 서독이 우승하면서 썼던 3-5-2 포메이션은 세계 축구계에 대유행을 일으켰다. 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는 4-4-2가 3-5-2를 밀어냈다.

4-4-2 포메이션은 골키퍼를 제외한 선수 10명을 수비수 4명, 미드필더 4명, 공격수 2명으로 포진시키는 전형이다. 하지만 공격.미드필드.수비 시스템은 나라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대표적인 경우가 프랑스 월드컵 결승전이었다. 브라질은 공격의 시발점을 풀백(카푸.카를로스)에 둔 반면 프랑스는 지단을 꼭지점으로 하는 다이아몬드형의 미드필드에 공격 포인트를 뒀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는 어떤 새로운 전술과 시스템, 포메이션이 탄생할지 세계 축구계가 큰 관심을 갖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이번 컨페더레이션스컵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특히 프랑스와 브라질의 준결승전은 두 팀이 현재 세계 랭킹 1.2위 팀이자 내년 월드컵의 강력한 우승후보이기 때문에 이들이 펼치는 전술은 한국 축구에 좋은 공부가 될 것이다.

예선을 통해 드러난 경기력과 전술적 특징은 역시 유럽과 남미의 강세를 확인케 했다. 프랑스는 한국과의 첫 경기에 3-4-3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프랑스 월드컵 우승 당시의 4-4-2와는 전혀 다른 전술이다.

프랑스 전술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현재 세계 최강인 프랑스가 유럽 축구의 새로운 모델이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아넬카를 원스트라이커로, 윙플레이어에 말레.윌토르(오른쪽 날개).뒤가리.조르카예프(왼쪽 날개)를 내세웠다.

프랑스의 전술 변화는 세계 축구 강국들이 대부분 쓰고 있는 4백 수비 시스템을 허물기 위한 새로운 시도로 해석된다.

한국의 백전노장 홍명보가 경기 후 "프랑스 월드컵 때 0 - 5로 대패했던 네덜란드보다 프랑스가 더 커 보였다" 고 말할 정도로 프랑스의 다양한 공격은 한국의 혼을 빼놓기에 충분했다. 한국이 모두 측면 센터링을 허용해 다섯골을 내준 사실은 프랑스의 윙플레이에 걷잡을 수 없이 말렸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공격수 3명의 뒤를 받치는 프랑스의 미드필드 운용도 눈여겨 볼 만했다. 에릭 카리에르.비에리라.로베르 피레스 등으로 짜인 미드필드의 밸런스는 완벽했다.

특히 카리에르는 이번 대회 최고의 미드필더였다. 카리에르는 2명의 공격 날개가 터치라인 쪽으로 쏠리면서 원톱 아넬카가 중앙에서 수적으로 열세일 때 공격 침투 역할을 완벽히 수행했다.

프랑스는 피레스와 비에이라가 무리하게 공격에 가담하지 않고 수비수 4명도 안정된 수비벽을 구축해 수비 밸런스를 유지했다.

반면 브라질은 전통적인 4-4-2를 가동했지만 좌우 풀백인 레오와 제마리우의 오버래핑 플레이는 카푸와 카를로스의 위력에 못미쳤다. 또 워싱턴과 안데르손의 파괴력도 호나우두.베베토 혹은 호마리우가 전성기 때 보여줬던 파괴력에 비해 현저히 떨어져 공격의 매서움이 덜했다.

신문선 <본지 축구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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