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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과 더불어] 소외 보듬는 '남쪽 이웃'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토요일인 지난 2일 오후 남산길.

'남 좀 생각합시다' 란 주제의 시민 환경가꾸기 행사가 열렸다. 남산 식물원~약수 고가도로간 가로수길 1.5㎞에 꽃을 심는 작업.

호미와 물뿌리개를 든 시민 1백50여명 틈에는 탈북자 여덟명도 있었다.

1994년 남편.딸과 함께 압록강을 건넜던 조연지(41)씨는 "이렇게 어울리다 보면 나도 이제 이 사회의 일원이 됐다는 안도감이 비로소 들지요" 라고 말했다.

조씨처럼 파출부.식당일을 하며 사는 다른 탈북자 유금란(45.여)씨도 일을 마친 뒤 곧바로 행사에 참석했다.

행사는 일부 시민단체와 기업가.국회의원 등이 시민의식 개혁운동을 위해 지난해 10월 설립한 햇순공동체(대표 윤명선.61.여)가 마련했다. 참가한 탈북자들은 尹대표가 별도로 운영하는 공동체문화원에서 매달 만나는 사람들.

문화원은 결식아동 돕기.대안교육 등을 하는 몇몇 시민단체들의 연합기구다. 97년 중앙대의 남북통합교실 과정에 다니며 탈북자들의 실정을 알게 된 尹씨가 '탈북자들과의 만남' 이라는 새로운 일을 벌였다. 탈북주민들의 남한사회 안착(安着)을 위한 고민상담과 무료 직업훈련 소개 등을 한다. 요즘엔 30여명의 탈북자들이 찾고 있다.

尹씨는 "판이한 체제 속에서 의지할 이웃조차 없이 산다는 것이 이들의 남한사회 적응을 더 힘들게 만드는 것" 이라며 "남쪽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기회를 많이 만들려 노력한다" 고 설명했다.

尹씨는 99년부터 매년 6월 울산 YWCA와 함께 서울의 탈북주민들을 울산시민들과 만나게 하는 행사도 하고 있다. 탈북 탤런트 김혜영(27)씨 가족과 여만철(52)씨도 참여했던 행사다.

12일 세번째 울산여행을 떠나는 조씨의 딸 진실(13.S여중1)양은 "그곳 친구들을 빨리 만나고 싶다" 고 말했다. 조씨는 "열심히 사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 인정받는 것이 우리에겐 가장 소중한 일" 이라며 "한마디라도 따뜻한 말을 주고받고 싶다" 고 했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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