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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미국의 선택] 공화, 의석 늘리며 상·하원 재장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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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미 대선과 함께 2일 치러진 상.하원 의원선거에서 공화당이 완승했다. 상.하원을 재장악한 것은 물론 기존의 의석 차를 더 늘렸다. 또 11명의 주지사를 새로 선출하는 주지사 선거에서도 공화당이 앞섰다.

대선을 포함한 4개 선거 모두를 공화당이 석권한 셈이다. 미국의 유권자들은 부시 행정부의 보수주의에 더 분명한 힘을 실어준 것이다. 부시 집권 2기 정책의 보수화 흐름은 한층 더 거세질 가능성이 커졌다.

◆ 공화, 상원에서 약진=전체 100명의 상원의원 중 34명을 새로 뽑는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은 노스캐롤라이나.사우스캐롤라이나.조지아 등 3개 주에서 민주당 의석을 탈환했다. 특히 사우스다코타주에선 하원의원 출신인 공화당 존 튠 후보가 민주당 상원 지도자인 톰 대슐 의원을 눌러 민주당 측에 큰 타격을 줬다.

어느 정당을 막론하고 현역 상원 지도자가 선거에서 패하긴 50여년 만에 처음이다. 공화당은 이로써 3일 오후 9시30분(한국시간) 현재 53명을 확보하면서 민주당과의 격차를 벌렸다. 나머지 주의 선거 결과에 따라 공화당은 최대 55석까지 바라보게 됐다.

민주당은 44석으로 줄었다. 지금까지 상원은 공화당 51석, 민주당 48석, 무소속 1석이었다. 다만 일리노이주에서는 정치 신인인 민주당의 바락 오바마 후보가 공화당으로부터 의석을 탈환, 민주당 지지자들의 위안이 됐다.

◆ 12년째 하원 장악한 공화=435명 의원 전원을 새로 뽑는 하원 선거에서는 12년째 공화당 우세가 이어졌다. 3일 오후 9시30분 현재 공화당은 228석을, 민주당은 199석을 확보했다. 그간의 하원 의석 분포는 공화당이 227석, 민주당이 205석, 무소속 1석, 공석 2석이었다. 12년째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기는 1933년 이래 처음이다.

◆ 주지사 선거도 공화당이 압도=11명의 주지사를 둘러싸고 양당이 격돌했다. 인디애나에서는 부시 행정부에서 일했던 공화당의 미치 대니얼스가 접전 끝에 민주당의 조 커넌 주지사를 물리쳤다.

또 공화당 소속인 노스다코타주 존 호벤 주지사와 버몬트주 짐 더글러스 주지사도 당선됐다. 이로써 공화당은 28개주의, 민주당은 21개주의 주지사를 배출했으며 나머지 한 곳은 경합 중이다.

◆ 선거 결과 배경=이 같은 선거 결과는 9.11테러 이후 국가 안보를 최우선시 해온 공화당의 정책에 대해 다수의 미국 유권자가 크게 거부감을 갖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집권 2기 부시 행정부로서는 이번 선거를 통해 의회에 대한 장악력이 커짐에 따라 자신들의 정책을 보다 안정적이고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이에 따라 정치전문가들은 이라크 민주화를 발판으로 한 중동 지역 내 친미 세력 확장 등과 같은 기존 정책을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 정책의 보수화=부시 대통령은 외교.안보 정책과 관련, 기존의 힘의 우위에 기초한 군사적 접근과 외교적 카드를 병행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초미의 관심사가 된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최근 발효된 북한인권법과 6자회담의 틀을 유지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핵실험 등을 강행할 경우 무력행사도 감행할 수 있다. 경제분야에서 부시는 재정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지출 증가율 상한을 두어 장기적으로 관리하자는 입장이다. 또 무역 적자 감소를 위해 기존의 달러 약세 정책과 함께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확대 등을 추진할 전망이다.

이와 별도로 무역 상대국에 대한 시장 개방 압력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또 감세(減稅)를 골자로 한 친기업적인 정책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회분야에서 부시는 소외층을 배려하는 온정적 보수주의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시는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4500여만명의 빈민층을 위해 새로운 민간 보험 프로그램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낙태와 인간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대해 부시는 기존의 불가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또 동성애자 결혼 합법화 문제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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