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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유로지폐 "첫 유통 탈없게" 12국 총력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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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가상1. 2002년 1월1일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기차역엔 수백명의 시민들이 "빨리 표를 달라" 며 아우성을 쳤다.

유로화의 첫 통용일을 맞아 역무원은 유로화와 길더를 양손에 쥐고 땀을 뻘뻘 흘렸지만 환전 업무 처리가 늦어져 상당수 시민들이 기차를 놓쳤다.

#가상2. 다음날 프랑스 파리 시내 은행마다 프랑을 유로로 바꾸려는 고객들이 몰려들었다. 은행들이 준비한 돈은 곧 바닥이 났고, 고객들은 창구와 현금입출금기 앞에 장사진을 쳤다.

내년초 유로화 첫 통용때 일어날 이런 가상 상황을 막기 위해 유로 가입국가들이 총력전에 들어갔다.

유로 12개국과 유럽중앙은행(ECB)은 다가오는 새해 첫날을 'E-데이(유로의 날)' 로 정하고 군대 동원계획을 세우는 등 007 작전을 방불케 하는 유로화 배포 준비에 한창이다.

ECB가 내년초 배포하는 유로화는 모두 6천6백억유로(약 7백54조원). 1.2유로 등 8종류의 유로 동전만 모두 5백억개, 21만톤으로 에펠탑 24개를 합친 것과 맞먹는 무게다.

7종류, 1백50억장의 지폐는 한 줄로 이으면 달까지 두번 왕복하고도 한번 더 갈 수 있다.

이처럼 천문학적인 규모의 돈을 한꺼번에 방출하다보니 갖가지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우선 동전.지폐를 각국 은행 금고에 실어나르는 것부터 간단치않다.

ECB의 안티 하이노넨 지폐국장은 "오는 9월부터 미리 각국 은행에 유로화를 배달할 계획이지만 수송차량이 크게 부족한데다 강.절도를 당할 가능성도 많아 초강도의 안전조치가 필요하다" 고 말했다.

급기야 프랑스.스페인 등은 군대를 동원해 수송 차량을 경호하겠다고 나섰다. 운송에는 특수 금고와 방탄장치를 갖춘 5천여대의 특별제작한 수송차량이 투입된다.

내년 1월부터 두달밖에 안되는 짧은 환전 기간도 문제다. 이 기간중엔 자국화폐와 유로화를 모두 사용할 수 있어 계산착오.거래지연 등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때문에 ECB는 9월부터 8천만유로를 들여 소비자.기업.공공기관 등을 상대로 환전.은행이용 요령 등을 대대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다.

통용 첫 달에는 현금거래보다는 전자상거래 등을 이용토록 유도한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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