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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립 화승그룹 회장, 10억 아파트 담보로 내놓기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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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고영립(60) 화승그룹 회장은 키 1m87㎝에 몸무게가 90㎏을 넘는 건장한 체격을 갖고 있다. 회사에선 ‘암-스트롱’으로 불린다. 비단 체격 때문만이 아니다.

1998년 외환위기로 화의에 들어갔던 그룹을 되살린 것처럼 2004년 암이란 병마를 2년 만에 이겨 냈기 때문이다. 고 회장은 외환위기 당시 10억원짜리 자신의 아파트를 담보로 은행에서 회사 운영자금을 빌리기도 했다. 직원들도 감동해 고 회장을 따르고 열심히 일하기 시작했다.

그는 “신발사업이 기울 것에 대비해 오너인 현승훈(67) 회장의 결정으로 자동차 부품사업에 진출했던 것이 보약이 됐다. 이때 투자를 안 했으면 화승은 지금 이름만 남았을 것”이라며 “선투자야말로 경영자의 결단력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라고 말했다. 화승은 현 회장이 큰 투자를 결정하고, 고 회장이 현장과 안살림을 챙기는 구도다.

그는 98년 화의 이후 매일 자정을 넘기는 격무의 연속이었다. 과로와 스트레스 때문인지 2004년 8월 왼쪽 겨드랑이 밑에서 피부암이 발견됐다. 3기 말기였다. 체구가 커 보통 사람보다 두 배나 많은 항암제로 방사선 치료를 받아 고통스러웠지만 휴직을 마다하고 회사 일을 직접 챙겼다. 그야말로 죽기 살기로 일했다.

고 회장은 “당시 안팎으로 어려웠지만 직원들이 잘 따라 줘 재기할 수 있었다”며 그룹이 재기한 공로를 직원들에게 돌렸다. 이어 “신발만 갖고는 안 되는 시대라는 전 임직원의 공감대 속에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영역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고 덧붙였다. 현재 그룹 매출에서 신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정도로 줄었다.

고 회장은 “5년 전 ‘2010년 비전’을 선포하면서 매출 3조원을 돌파하고 자동차 부품을 주력사업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는데, 이를 달성해 기쁘다”며 “올해 말에 10년 후를 내다보는 새 비전을 내놓고 신규 사업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경남 진양이 고향인 고 회장은 화승그룹 공채 1기 출신이다. 진양고,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76년 향토 기업인 동양고무산업(화승의 전신)에 입사했다.

99년 화승 대표이사에 이어 2007년 그룹 회장에 올랐다. 그는 화승을 부활시킨 공로로 17일 ‘상공의 날’ 기념식에서 기업인으로서 최고 영예인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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