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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선택 다양화 속 "특정분야 집중" 함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고교 교육이 2003년부터는 준(準)전문과정으로 변하게 된다.

똑같은 교과과정을 가르치는 현재의 고교 체제가 각기 선택교육과정을 가진 학교들로 재편되는 것이다.

여건상 전국의 모든 고교가 이를 도입하기는 어렵겠지만 교육당국의 방안대로라면 일단 대도시 지역의 상당수 고교가 이같은 체제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당국이 추진하는 집중교육과정은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골라 그 교육과정을 갖춘 학교를 선택하도록 한다는 개념이다. '수요자 중심 교육' 이다.

교육인적자원부 관계자는 이를 미국이 1980년대 초 공교육 위기의 대안으로 국제연구.예술.정보기술(IT)등 특성화 프로그램을 고교 교육과정에 도입한 '마그넷 스쿨 프로그램' 과 유사한 형태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현실화되기엔 넘어야 할 벽도 많다. 서울.경기 지역에 이어 충북의 45개 고교 교사 대표들이 31일 이러한 구상에 기초가 되는 제7차 교육과정을 거부하겠다고 나섰다.

◇ 추진 배경=97년 12월 발표된 7차 교육과정에 따르면 일반계 고교는 2003년부터 문.이과 계열을 폐지하게 돼 있다. 대신 학생들이 1학년 때 진로 탐색을 한 뒤 2학년 때부터 듣고 싶은 과목을 골라 듣는 선택과목을 전체의 50%까지 두도록 했다.

경기교육청 등은 이에 따라 "고교 입학생들이 도중에 과목 선택을 하는 것은 무리" 라며 애초부터 8개의 특화된 집중교육 과정을 갖추도록 한다는 입장이다.

◇ 준비 안된 일선학교=2년이 채 안남은 준비기간 중 세분화된 집중과정을 짜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많은 학교의 입장이다.

실제로 집중과정을 실험적으로 편성한 서울 S고의 경우 기존의 문.이과에다 자연과학(수학.과학.외국어) 집중반을 추가한 형태에 불과하다. 안양의 A고도 기존 문.이과 계열을 유지한 채 체육특기 적성반을 중심으로 한 예체능반 추가 개설을 검토하고 있다.

◇ 고교 서열화 논란=외국어 등 대학 진학에 유리한 과정에 학생들이 몰려 학교 안팎에서 서열화를 불러올 것이란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학생 선발방식에 선지원제를 도입할 경우 평준화 역행 논란이 일 조짐이다.

전교조 조남규(趙南奎)교육선전실장은 "일반계 고교의 특성화 정책이 사학계의 자립형 사립고 설립과 함께 고교간 서열화를 불러올 것은 당연하다" 고 지적했다. 조영달(曺永達.사회교육과) 서울대 교수도 "일방적으로 도입할 게 아니라 집중교육프로그램에 대한 교육청.교사.학부모들의 합의가 선행돼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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