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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일기] 전국민을 축구열기 속으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수원 월드컵 경기장의 자랑거리인 컬러플한 관중석의 아름다움이 너무 많이 눈에 들어왔다. '

지난 30일 수원 호주 - 멕시코전을 취재한 일본 교도통신의 보도 내용이다. '공석(空席)이 눈에 띈 수원' 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썰렁했던 수원 경기장 분위기를 냉정하게 전했다. 4만3천여 관중석 의자를 12가지 색상으로 제작, 스탠드 전체를 이용해 축구선수가 헤딩하는 모습 등을 그린 수원 경기장에 관중이 너무 적어 그림만 실컷 감상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국제축구연맹 보고서에 기록된 이날 공식 관중은 6천2백32명. 수원 경기장을 찾았던 외신기자들은 '충격적' 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교도통신 구리타 히로야쓰 기자는 "월드컵이 1년밖에 남지 않았는데 너무 하지 않으냐" 고 걱정했다. 일부 기자들은 "한국인들은 워낙 고급 지향이라 호주 - 멕시코 경기는 양에 차지 않았을 것" 이라며 "브라질 - 프랑스전이었다면 다르지 않았겠느냐" 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멕시코의 마누엘 푸엔테스 축구 전문기자는 "시설은 완벽하다. 하지만 팬들의 열정이 없다" 고 말했다. 대구 경기장도 문제가 없지는 않았다. 6만여 관중이 한국 - 프랑스전을 관전했지만 상당수는 강매된 표를 들고 경기장을 찾았다. 억지로 '머릿수' 를 채운 결과여서 팬들의 순수한 열기가 반영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사실 한국 - 프랑스전이 TV로 중계된 이날 수원시민들이 외국팀간 경기를 관전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경기장 내 전광판을 통해 한국 경기를 방영하고 이를 적극 홍보했더라면 좀 더 많은 팬들을 동원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대회 관계자들이 조금만 더 머리를 짜내고 열의를 보였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컨페더레이션스컵은 월드컵 모의시험 격이다. 그러나 관계자들이 무성의하고 국민들의 참여 열기도 부족해 대회 외국 취재진까지 일년 후의 월드컵을 걱정하게 만들고 있다. 진짜 수능인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서는 월드컵 관계자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짜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제 일년밖에 남지 않았다.

허진석 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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