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30대 재벌규제는 우등생 벌주는 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현 상황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체제 위기에 응급조치를 한 정도다. 치료가 된 것은 아니다. " (金珏中 전경련회장)

"국민소득 3만달러인 나라도 안하는 모성보호법을 8천달러인 우리나라가 먼저 해야 하나. " (金昌星 경총회장)

"30대 재벌 규제는 마치 학교에서 공부 잘 하는 학생 30명을 불러 벌을 주는 것과 같은 꼴이다. " (金在哲 무역협회장)

31일 경제5단체장들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를 만나 한 말이다. 한 참석자는 "평소 재계가 느끼는 문제점들을 비교적 속 시원히 털어놓은 자리였다" 고 말했다. 경제5단체장들은 李총재에게 말하고 싶은 재계의 요구사항을 책으로 만들어 전달했다.

▶李총재=경제지표가 나아진다고 하지만 여전히 전망이 어둡다. 우리 당은 시장경제의 대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정권하에서는 그게 잘 안지켜진다. 기업가들이 활발하게 활동해야 경제가 살아난다.

우리 당이 제시한 (재벌)정책 대안을 놓고 정치권에서 마치 재벌을 비호하는 것처럼 악질적으로 얘기들을 한다. 그러나 기업은 사회적 책임도 분명히 져야 한다. 경제가 살아나는 과정에서 사회적 박탈감이 형성돼서는 안된다.

▶김각중 전경련회장=IMF 외환위기의 상처가 상당히 아문 것처럼 말들이 나오나 간단한 상황이 아니다. 상처가 워낙 커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특히 (위기에서)회복됐다고 하는 사람들이 느슨하게 대처하는 게 더 문제다. 기업들도 피로감에 젖어 있다. 기업은 노동문제와 금융이 제일 중요하다. 현재 노동문제가 걸린 효성이 무너지면 큰 일이다.

▶김창성 경총회장=차라리 미국 노동법을 적용하는 게 낫겠다고까지 말한다. 노동계는 국제노동기구(ILO) 기준도 무시하고 자기들 주장만 받아들이라고 한다. 생리휴가는 그대로 유지한 채 모성보호법을 또 도입하자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얘기다. 세계를 선도해 나갈 분야는 그런 것이 아니라 경쟁력이다.

▶박용성 상공회의소회장=(정부가)전체 노동자의 12%에 불과한 양대 노동조합(한국노총.민주노총)을 과보호해, 나머지 노동자가 피해를 보고 있다. 너무 노는 날이 많다.

▶김재철 무역협회장=수출이 어렵다. 방대한 투자와 국제적 기술도입이 필요한 첨단제품 개발이 안되기 때문이다. 이는 개별 기업으로는 어렵다. 그런데 우리는 기업집단(재벌)에 대해 상호보증.투자 등을 규제하고 있어 앞으로도 불가능하다. 노동문제도 수출을 어렵게 한다.

마치 한국이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나라처럼 돼 있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지만 우리와 정반대다. (우리는)30대 재벌을 규제하며 죄인 다루듯 한다.

이수호 기자

사진=김춘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