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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은 LPGA 시즌 첫 2승 비결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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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5년 동안 해마다 1승씩만 했어요. 하지만 올해는 두고 보세요."

지난 2월 애리조나 연습장에서 만난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던 박지은(25).

▶ 공위에 두발을 얹은 채 팔로 바닥을 기면서 체력을 다지는 모습

▶ 공위에 두팔을 얹은 채 체력을 다지는 모습

▶ 박지은이 커켄달 체력전담 트레이너의 지도에 따라 두 팔로 고무 밧줄을 당기는 훈련을 하고 있다.

8개월 뒤인 지난달 31일 그는 기어이 '1승 징크스'를 깼다. CJ나인브릿지 클래식 우승. 나비스코 챔피언십(3월)에 이어 올 시즌 두번째 LPGA 투어 제패다. 지긋지긋하던 올 시즌 여섯번의 준우승 굴레도 벗었다.

까다롭다는 제주 나인브릿지 골프장을 박지은은 사흘 내내 혼자 펄펄 날았다. 3라운드 합계 16언더파. 대회 최저타 기록이다. "한 단계씩 발전하고 있어요. 이제 목표는 '최고의 골프선수'입니다."

확실히 달라진 샷. 비결은 뭘까. 올 시즌 시작 전 겨울 동안의 '지옥훈련'이 해답이다.

"가끔 '부잣집에서 곱게 자라 근성이 부족하다'는 말을 들었지요. 가장 듣기 싫은 얘기예요. 그건 저를 몰라서 하는 말이지요."

예쁜 용모와 집안 배경 때문에 생긴 그런 이미지를 박지은은 정말 싫어한다. 지난해 시즌을 끝내고 "더 이상 미적지근한 골퍼로 남지 않겠다"며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 장면 1=지난 겨울 오전

2월 20일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그레이호크 골프장 드라이빙 레인지. 박지은은 머리가 희끗희끗한 스윙코치 피터 코스티스의 지도 아래 샷을 가다듬고 있다. 독특한 훈련방법이 눈에 띈다. 정상적인 스윙과 달리 오른손 검지와 중지 사이에 클럽을 끼고 한 시간 넘게 아이언샷을 하고 있다.

"어깨에 힘을 빼고 클럽의 무게를 느끼기 위한 훈련 방법이에요. 정교한 샷을 하는 데도 도움이 돼요." 코스티스의 말이다. 두 손가락 사이 피부가 벗겨져 반창고를 붙였지만 샷 연습은 계속됐다. 어둑어둑해질 무렵에야 골프장을 떠났다.

# 장면 2=저녁 훈련

간편한 운동복을 입은 박지은이 체육관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체력훈련이다. 저녁식사는 집에서 간단히 때웠다고 했다. 체력 전담 트레이너인 타일러 커켄달은 여러 가지 훈련을 시켰다. 10㎏가 넘는 공(피트니스 파워볼)을 들고 한 발로 서서 균형을 잡는 것으로 훈련은 시작됐다. 이어 어른 무릎 높이의 고무공에 두 발을 걸쳐놓고 두 팔로 바닥을 기었다. 5분이 채 안 돼 박지은의 이마엔 땀방울이 맺힌다. "유연성과 복근을 강화하는 데 이만한 훈련이 없어요"라고 했다.

기자도 똑같이 해봤다. 3분을 버티기가 힘들었다. 이어서 고무 밧줄(파워 밴드) 당기기 훈련. 웬만한 성인 남자도 쉽게 당기기 어려운 밧줄을 백 스윙하듯 당기며 역시 팔과 복근의 힘을 기르는 방법이었다. 이런 훈련이 매일 한 시간 넘게 계속됐다.

# "나도 아직 배고프다"

겨우내 흘린 땀이 향상된 기록으로 나타났다. 드라이브샷 평균 거리가 269.4야드.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 함께 공동 3위다. 지난해엔 266.5야드로 5위였다. 퍼트 부문에서는 홀당 평균 1.74개로 1위다. 아이언샷의 그린 적중률은 68.5%지만 CJ나인브릿지 대회에서 보듯 지금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샷이 부쩍 좋아졌다. 최근 3개 대회에서 준우승 두 번에 우승 한 번. 박지은은 "4주 전 나이키 NDS 아이언으로 바꿨는데 무척 편하다. 퍼트 감각도 좋은 편"이라고 말한다.

박지은은 올해 남은 3개의 LPGA 대회에 모두 나간다. "우승을 더 하고 싶어서"다. 5일 일본 시가현에서 개막하는 미즈노 클래식이 3승 도전 무대다. 시즌이 끝나 겨울이 오면 또 지옥훈련이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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