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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건물] 일산 주택 '멀티박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일산신도시 정발산 아래 서구식 단독주택 지역. 미국 교외의 목조주택들이 서있는 것 같은 동네 한 편에 정육면체 박스 모양의 집이 자리하고 있다. 칸딘스키의 기하학적인 그림처럼 단순한 형태로 지난해 지어졌다.

전체적으로 하나의 박스 모양이나 건물 이름은 '멀티박스' 다.

설계를 맡은 초석건축 정일교 소장은 "다양성이 하나로 모여 조화를 이루듯 여러 개의 박스가 쌓여 하나의 통일된 박스를 이룬다는 의미" 라고 설명했다.

반드시 경사 지붕을 짓도록 규정한 일산의 도시설계 지침을 지키기 위해 사각형 테두리 안쪽으로 경사지게 지붕을 만들었다.

단순한 외관에 비해 주택의 내부는 다양한 공간으로 나뉘어 있다. 우선 거실에는 앉은 키 높이의 수평띠 창을 통해 밖을 내다볼 수 있도록 했다.

천장쪽에도 수평띠 창이 있어 건물 안에서 하늘을 바라볼 수 있다. 1층은 보안과 사생활 보호를 위해 띠창을 가늘게 만들었다.

수평띠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시간과 계절에 따라 변하면서 다소 건조한 분위기의 실내에 생기를 불어 넣고 있다.

거실.부엌.식당은 모두 한 동선으로 이어져 있으나 높낮이를 달리해 각각 다른 공간처럼 느껴지도록 배치했다.

또 주택 내부는 빛이 들어오는 중정(中庭)을 중심으로 각 공간이 분리된 듯 하면서도 연결돼 있다.

정소장은 "디자인은 네오 모더니즘 계열" 이라며 "외국 교외주택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주변의 건축 행태에 대해 다른 대안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고 강조했다.

인근에 사는 주부 이정현(38)씨는 "처음 들어설 때는 너무 튀는 모습이어서 눈에 거슬렸으나 자주 보다보니 특이한 멋을 지닌 매력적인 집이라는 느낌이 든다" 고 말했다.

주변과 차별화된 파격적인 외관이 오히려 주변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있는 것이다.

신혜경 전문위원

▶위치 :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장항동▶용도 : 단독주택▶규모 : 지하 1층, 지상 2층▶대지면적 : 70.3평▶건축면적 : 31.6평▶연면적 : 94.6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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