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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에이프만 발레단 성공적으로 공연 마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 보리스 에이프만 발레단의 '차이코프스키 - 미스터리한 삶과 죽음' '붉은 지젤' 은 러시아를 대표하는 두 예술가의 삶을 소재로 한 작품.

에이프만은 소설적인 드라마와 시적인 환상이 어우러진, 그만의 작품세계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발레라기보다 '잘 만든 연극 한 편을 봤다' 는 느낌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살설과 동성애, 불행한 결혼생활 등 작곡가 차이코프스키를 둘러싼 미스터리를 작품화한 '차이코프스키…' 는 숨진 차이코프스키가 깨어나 자신의 삶을 회상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후원자인 폰 맥 남작부인에 대한 존경, 아내가 될 밀유코바의 순수한 사랑, 억누를 수 없는 동성애에 대한 갈망은 차이코프스키(알베르토 갈리차닌)와 그의 분신(이고르 마르코브)의 갈등으로 표출된다.

무대를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움직이는 차이코프스키와 분신의 2인무는 무중력상태의 부유(浮遊)와도 같았다.

20세기 초반 러시아를 대표하는 발레리나 올가 스페시브체바의 일생을 그린 '붉은 지젤' 은 극중 인물의 심리를 빠른 속도로 전개하는 에이프만의 어법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무대, 그리고 조국으로부터 버림받고 파멸의 길을 걷는 여인의 삶을 고전발레의 기술과 연극적 연출로 드라마틱하게 그렸다.

주인공을 정신이상으로 몰고간 당시 러시아 사회의 '어둠' 이 부각되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으나 압도적인 움직임의 양과 스피드로 표현되는 에이프만의 안무를 무리없이 소화해낸 무용수들의 연기력은 국내 무용계에 시사하는 바 크다. 발레단은 1~2일 LG아트센터에서 에이프만의 대표작인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을 공연하고 지방순회에 나선다. 02-2005-0114.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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