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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개월 천안함 타고 사흘 전 하선한 신범수 중사 “산소만 있다면 생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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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그는 28일 천안함에서 구조된 동료들을 만났다. 신 중사는 “동료들을 다 잃었는데 (내가)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 참담한 마음뿐”이라며 “나도 이렇게 마음이 아픈데 함께 탔던 동료들은 오죽하겠느냐”고 말했다.

신 중사는 “승조원들은 넓지 않은 공간에서 100여 명이 함께 부대끼며 가족처럼 지낸다”면서 “실종된 46명 모두 절친한 동료들”이라고 말했다. 이 중 30여 명은 신 중사와 같은 기관부에 근무했거나 동료 하사관이다. 특히 2002년 제2연평해전에서 부상하고도 계속 함정에서 근무를 하다가 실종된 박경수(30) 중사와는 같은 기관부에서 근무했고 교회도 같이 다녔다. 신 중사는 “그런 일을 겪고 다시 함정 근무를 하다니 박 중사는 정말 대단한 군인이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신 중사는 “기관부와 하사관, 장병 숙소가 함정 후미에 있어 실종자들이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밀폐된 함정 내에 산소가 충분하다면 생존 가능성이 있다”며 “산소가 있으면 부력이 생겨 선체 후미가 사고 지점에서 조금 떠내려갔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천안함이 낡아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주장에 대해 “군함은 30년, 50년 된 것도 많다. 출항 전 미리 정비와 수리를 마치기 때문에 낡고 노후해서 사고가 났을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실종자 7명 한 아파트 살아=천안함 실종자 중 7명이 같은 아파트 주민인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경기도에 따르면 이창기 원사, 남기훈 상사, 강준·김경수·김태석·박경수·정종율 중사 등 실종자 7명은 모두 경기도 평택 해군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해군 2함대사령부에서 300m가량 떨어진 해군아파트는 1999년 말 건설됐다. 15개 동 904가구가 거주하는데 사령부 소속 부사관들 상당수가 이곳에 살고 있다. 한 주민은 “김태석 중사 부인과는 같은 동에 살아 친하게 지냈다”며 “자녀가 셋인데 그렇게 화목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 주민은 또 “김경수 중사의 부인과도 왕래가 잦았는데 자녀 2명을 키우며 열심히 사는 잉꼬부부였다”고 했다.

천안함 실종자들의 개인 홈페이지에도 무사 귀환을 염원하는 가족·친지·친구들의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실종된 서대호 하사의 미니 홈페이지엔 “가족들이 걱정한다아이가. 구조하러 올 때까지 견뎌라”(서은진), “오빠야, 살아있어라… 살아있제”(서혜리) 같은 글들이 올라왔다. 

평택=김효은·권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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