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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주택은행의 '돈 버는 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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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주택은행은 단연 국내 최우량으로 꼽힌다. 5월 28일 현재 주가가 2만8천5백원으로 2위인 은행보다 1만원 이상 높다.

우량은행의 잣대는 물론 수익성이다. 일반 기업과 마찬가지로 돈을 잘 버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영리를 추구한다 해도 앞뒤는 살펴야 한다. 사회성이나 공익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건 자본주의 경제의 '꽃밭' 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사회에 대한 기여나 공익을 무시하다간 미국에서도 장사를 그르치기 십상이다.

주택은행을 말하면서 왜 이런 얘기를 꺼내는 걸까. 그건 이 은행의 돈 버는 방식에 석연찮은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비싸게 나간 대출이자로 저금리 시대인 지금 재미를 보고 있다는 얘기다. 그것도 전용면적 25.7평 이하의 국민주택 규모 아파트를 대상으로 말이다.

금융계 종사자들에 따르면 올 1분기 주택은행의 가계금융 예대마진(대출금리에서 예금금리를 뺀 수치)은 4.17%포인트다. 가장 낮은 신한은행의 2.29%포인트에 비해 배 가까이 높다. 1분기 중 주택은행의 평균 대출금리는 연 10.88%로 신한은행의 8.66%에 비해 25% 이상 비싸다.

주택은행의 대출이자는 왜 이리 높은가. 그것은 과거에 높게 나간 대출이자가 별로 낮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 상계동 아파트 단지를 보자. 이 지역 아파트는 대개 가구당 2천만~3천만원씩 주택은행 장기 융자를 안고 있다. 대출받을 당시 이자는 대부분 연 12~13%였다.

현재 시중 금리에 비해 자그마치 50% 이상 높은 것이다. 영국계 HSBC.미국계 시티은행, 그리고 국내 다른 은행들의 주택담보 대출금리는 현재 연 7%선이다. 이들 은행도 과거엔 높은 이자를 받았으나 금리 하락세에 맞춰 이같이 낮췄다. 주택은행도 최근 금리를 다른 은행 수준으로 낮췄지만 과거 높은 대출이자 덕분에 다른 은행에 비해 벌어들이는 이자수입은 여전히 많다.

주택은행이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다. 단지 모르는 척 하고 있을 뿐이다. 주택은행의 이같은 즐김 뒤에는 지금 자신에게 적용되는 이자가 높은지, 낮은지 알 수 없게 돼 있는 대출금 상환구조도 한몫하고 있다.

예컨대 3천만원을 30년 장기로 융자받은 경우 매달 상환되는 원리금(그것도 통장에서 자동으로 빠져 나가는)에서 이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 그 차이를 느끼기 힘들다는 얘기다. 개개인으로 보면 작은 돈이라 해도 이걸 챙기는 주택은행 쪽에서는 큰 돈이 된다. 과거 서민아파트에 내준 비싼 대출이자가 주택은행 금고를 꾸준히 채우고 있는 요즘이다.

이런 대출금은 떼이는 경우도 거의 없다고 한다. 서민들의 경우 아파트 한 채가 거의 전재산이어서 연체라도 해 '경매' 운운하면 금세 밀린 돈을 갚기 때문이다.

속으로 콧노래를 부르며 떼돈을 버는 주택은행의 모습이 얄미워(□)다른 은행들이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려 해도 이 또한 쉽지 않게 돼 있다. 다른 은행들이 싼 이자로 바꿔줄 경우 주택은행과 같은 1순위 담보를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전세 든 사람에게 밀리고, 주택은행 대출금 외에 다른 융자를 받은 아파트의 경우 여기에도 밀린다는 것이다.

한국 서민금융을 대표한다는 주택은행이 언제쯤 진정 서민에게 가까이 다가갈 지 두고볼 일이다.

심상복 국제경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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