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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예절, 온라인에서도 통해야 디지털 예의지국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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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호 22면

김희정(38·사진)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원장은 “신종 플루에 걸린 사람을 격리 치료하듯, 다른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인터넷 환경에서는 금칙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궁극적으로 금칙어 자체가 아예 없는 것이 이상적인 인터넷 환경”이라면서도 “아직 우리의 인터넷 문화가 그 정도 단계까지 성숙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24일 서울 가락동 KISA 사무실에서 김 원장을 만나 인터넷 문화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길을 물었다. KISA는 정부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에 따라 기존 한국정보보호진흥원·한국인터넷진흥원·정보통신국제협력진흥원이 지난해 7월 통합돼 출범한 기관이다. 건전한 인터넷 문화를 조성하고 정보기술(IT) 인프라 및 이용자 보호 강화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17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 원장은 KISA 출범과 함께 원장 직을 맡아왔다.

김희정 한국인터넷진흥원장

-한국은 IT 선진국이다. 훌륭한 인프라와 기술을 갖고 있다. 그에 걸맞은 인터넷 문화가 절실하다. 어떻게 하면 고급 인터넷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나.
“인터넷 선진국의 3요소는 기술, 법과 제도, 문화다. 이 3요소의 밸런스가 중요하다. 우리는 그동안 인터넷을 다양하게 써왔지만, 특히 문화 측면에서 잘 쓰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인터넷 문화의 수준은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들에 의해 결정된다. 특히 가치관이 형성되지 않은 어린 학생과 청소년들의 인터넷 이용이 늘고 있는데 인터넷을 이용하는 초기 단계부터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지도가 필요하다. 컴퓨터와 인터넷 사용을 시작하는 연령 단계에서, 인터넷 윤리와 정보보호 인식에 대한 교육이 같이 되어야 한다.”

-KISA는 인터넷 사용을 진흥하고 관련 문화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계획하고 있는 일이 있다면.
“인터넷의 역할과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건전한 인터넷 문화 정착도 시급한 과제가 됐다. KISA는 인터넷 윤리 운동을 확산시키기 위해 윤리 가족캠프,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위한 인터넷 미디어 교실, 교사 직무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어릴 때부터 올바른 인터넷 사용 습관을 익히려면 인터넷 윤리를 조기에 교육하는 게 필요하다. 이를 절감해 지난해 여름 인터넷 윤리 가족캠프를 진행했다. 청소년들이 부모와 함께 퀴즈와 캠페인송 만들기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인터넷 윤리를 배우고 가족 사랑도 느끼는 계기가 됐다. 또한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손끝으로 만드는 e-세상’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인터넷 윤리 순회 강연과 체험전도 마련했다. 올해도 유사한 프로그램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실적인 문제 하나를 거론하고 싶다. 인터넷에서는 게시판이나 댓글 등을 쓸 때 쓰지 못하는 단어들이 있다. 이른바 ‘인터넷 금칙어’라고 하는 것인데 이런 것들이 꼭 존재해야 하나.
“금칙어를 정하는 데는 3단계가 있다. 국가가 강제로 규정하는 단계, 네티즌 스스로 규정해 자율 조정하는 단계, 아예 금칙어 개념이 없는 단계가 그것이다. 우리는 네티즌 스스로 자율 조정하는 형태에 속할 것 같다. 물론 금칙어 자체가 아예 없는 것이 이상적인 사회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금칙어 지정은 신종 플루 환자를 격리하듯 더 많은 사람을 보호한다는 의미도 있다.”

-나쁜 의도로 금칙어를 쓰는 사람이 있어 이를 막기 위해 취한 조치라는 것을 이해한다. 하지만 그런 단어를 쓰는 사람은 극소수다. 그렇다면 대부분 사람의 언어 사용권을 제한하는 것 아닌가.
“금칙어는 인터넷상에서 명백한 욕설 또는 명예훼손성 용어에 대해 인터넷 업계가 자율적으로 정해 운영하고 있다. 게시판 등에 글을 올릴 때, 댓글을 달 때 해당 용어를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 환기 차원에서 하는 것이다. ISP 입장에서도 이용자가 활발하게 게시글이나 댓글을 통해 소통하기를 원하고, 정상적으로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용자의 불편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 악성 댓글, 욕설 등으로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보게 되면 더 심각한 문제다. 비평과 제안은 얼마든지 건전한 언어로 표현할 수 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은 똑같다. 동방예의지국에서 디지털 예의지국으로 우리가 선도해야 한다.”

-금칙어 숫자를 줄이면서도 깨끗한 인터넷 문화를 정착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먼저 인터넷 이용자의 인터넷 윤리 소양을 높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 KISA에서는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인터넷 윤리 교육과 대국민 인식 제고를 위한 캠페인, 홍보 등을 기획하고 있다.”

-인터넷 문화 선진국이 되기 위해 네티즌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네티즌이 함께 만드는 성숙한 인터넷 문화가 인터넷 선진국으로 가는 힘이다. 인터넷 세상에서의 ‘나’는 실제의 ‘나’와 똑같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누가 알든 모르든 이러한 인식을 공유했으면 한다. 인터넷과 관련한 각종 범죄와 피해에 노출당하기 전에 이용자들이 먼저 보안 패치와 백신들을 사용해 최소한 자기 PC는 지켜 달라는 당부 말씀도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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