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공동의 공간' 의식 퍼지게 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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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호 20면

인터넷 윤리와 저작권 보호 등을 위한 39아름누리 인터넷 선포식39이 2008년 9월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주관으로 국회 도서관에서 열렸다. [중앙포토]

인터넷이 가져다 준 변화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하나 더 늘어난 정도를 넘어선다. 핵심은 ‘삶의 방식’이 변화했다는 것이다. 인터넷이라는 혁신적 소통수단이 나오기 전까지 우리 삶의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이 어느 정도는 구분돼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한 삶에서 공·사 영역의 경계는 모호해졌다.

윤리의 눈으로 본 금지어

경계가 모호해졌다는 것은 다음과 같은 상황을 의미한다. 인터넷으로 의사 표현을 하는 사람들은 ‘사적 영역에 있다는 감’을 그대로 가지고 표현한다. 그러나 인터넷을 통한 의사 표현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공적 영역의 잣대로 이를 바라본다. 대체로 도덕이나 윤리는 공적 영역에서 우리의 삶을 조절하는 기능을 해왔다. 사적 영역을 규율하는 도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보통 사람이 이를 준수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인터넷에서 사적 영역의 행위가 걸러지지 않고 그대로 공적 영역으로 노출된다는 점은 공적 영역의 도덕이나 윤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것을 뜻한다.

공적 영역에서 누구나 지켜야 한다고 믿어지는 윤리 기준이라는 것은 대체로 서로를 존중하고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지는 것으로, 구성원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 이런 윤리 기준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은 인터넷을 통한 의사소통이 덜 안전하다는 것을 말한다. 인터넷을 이용하는 모두가 안전하지 않은 사이버 세계로부터 피해를 받는다.

이 대목에서 인터넷에서 윤리 기준이 얼마만큼 지켜지느냐가 궁금해진다. 이를테면 우리의 인터넷 도덕 문화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하는 질문이다. 주가의 예에서 볼 수 있듯 지수 같은 것이 있다면 인터넷의 도덕 문화 수준을 파악하기가 쉬울 것이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우리 사회의 수준을 알 수 있고 앞으로 도덕 문화 수준을 높이려면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하는지, 다시 말해 인터넷 도덕 문화의 강점과 약점이 무엇인지 파악하기가 쉬워질 것이다. 문제는 윤리 또는 도덕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이를 직접적으로, 그리고 정확히 측정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많은 학자들은 간접적이기는 하지만 마음속의 상태를 측정할 수 있는 많은 방법을 발전시켜 왔다.

우리나라에서도 사이버윤리지수, 정보문화지수라는 것들이 개발된 바 있다. 그런데 지수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간접적’으로 측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하나의 지수로 우리 인터넷 도덕 문화 수준을 말하기가 어렵다는 데 문제가 있다. 또 어떤 지수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이것이 평가의 의미로 받아들여진다면 제 역할을 하기도 어렵다. 정부기관이 어떤 인터넷기업의 사이버윤리수준을 측정하고 이를 공표한다면 이 기업은 틀림없이 이를 자신에 대한 정부의 평가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물론 지수의 적용에는 평가의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지수의 적용기관이 규제 기관이라면 지수의 적용은 규제의 일환으로 변질된 가능성이 크다. 여러 문제가 있지만 좀 더 많은 지수가 개발되고 적용된다면 우리의 인터넷 도덕 문화의 수준을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기존에 개발된 지수의 적용 결과에 대해 ‘아직은 불충분하다’는 단서 아래 살펴보도록 하자. 전반적으로 인터넷 도덕 문화 수준은 나아지고 있으며, 정보윤리규범의 준수 또한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인터넷기업의 사이버윤리 수준도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를 연령별로 보면 청소년 및 대학생의 도덕문화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고 정보윤리규범 준수도가 매우 낮다.

이러한 결과를 놓고 다음 결론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비록 인터넷 세계에서 공·사 영역의 경계가 모호한 측면이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공적 영역의 윤리의식이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것, 그럼에도 청소년과 대학생에게는 인터넷 세계가 여전히 사적 영역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 등이다. 이 점에서 문제 해결의 방향은 ‘인터넷 세계가 사적 영역으로 오해될 수 있지만 그럼에도 공적 영역의 윤리기준이 적용되는 영역이라는 점’을 청소년 층에게 교육하는 데 있다. 지금도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으나 빠른 변화를 위해 더 많은 사회 자원의 투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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