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장 이색모임] 광주 '경로당 봉사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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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지난 16일 오후 광주시 풍향동 수성경로당. 오랫만에 노인 30여명이 모여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였다.

자원봉사자들이 찾아와 침술을 펴며 건강을 살피고, 노래와 춤을 선사했다.

같은 시각 동림동 삼호아파트 경로당과 우산동 우산복지관에서도 비슷한 행사가 벌어져 노인들은 한때나마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광주 북구 경로당 여가 봉사회' 가 매주 수요일 오후마다 경로당을 돌며 노인들의 건강을 살피고 흥겨운 시간을 마련하고 있다.

봉사회는 건강관리 1팀(팀장 천말례.55.주부).2팀(팀장 정금수.43.주부)과 레크레이션팀(팀장 유문자.53.문화센터 강사)로 꾸려져 있다. 구성원은 주부와 회사.공직에서 퇴직한 50~60대 등 모두 15명.

모임이 만들어진 것은 지난해 4월. 북구 종합 자원봉사센터를 통해 소년소녀가장돕기를 하던 천씨 등이 경로당의 노인들이 장기나 화투 등으로 소일하고 늘 무료해 하는 것을 보고 제안해 이뤄졌다.

전남대 사회교육원.기독교선교단체에서 수지침을 배운 이들도 적극 동참했다. 1999년께부터 활동하던 레크레이션팀을 한데 묶어 다양한 여가 프로그램을 짰다.

북구 자원봉사센터측도 경로당에 나갈 때마다 다과를 마련해 주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들은 매주 북구 문흥동 청소년수련관 내 자원봉사센터에서 만나 팀별로 경로당으로 간다.

건강관리 1팀 회원은 천 팀장과 최수광(63).홍진식(64).조정화(64).최설숙(40.여).조정임(40.여)씨. 최.홍씨가 체침을 놓고 천.조씨는 수지침을 놓는다.

다른 두 여성은 옆에서 침술을 돕고 때때로 노래를 불러주기도 한다. TV드라마 '허준' 이 방영될 때는 경로당 이웃 노인들까지 몰렸다. 최씨는 "계속 침을 맞아야 하는 분들이 많아 늘 안타깝다" 고 말했다.

건강관리 2팀은 정씨와 강향복(51).허복순(46).박미화(41)씨 등 전남대 사회교육원에서 수지침을 배운 주부 4명과 체침을 놓는 이학수(56)씨로 이뤄져 있다. 강씨는 "제대로 봉사하기 위해 한번이라도 더 책을 보게 돼 실력이 늘고 있다" 며 웃었다.

레크레이션팀 멤버는 모두 여성으로 유 팀장과 고정임(48).정해숙(48).정영례(48)씨 등.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노래방 기기에 맞춰 가요와 민요를 불러준다. 유씨는 10년 넘게 해온 무용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노래를 계속하려고 마이크를 놓지 않으려는 할아버지들이 있어 애를 먹기도 한다.

전체 회원들은 한달에 한번 정도 함께 모여 개선점을 얘기하고 어려움을 상의한다.

풍향동 경로당 오흥렬 할아버지는 "말벗이 되주는 것만도 고마운데 아픈 데를 살펴주고 노래도 해주니 늘 기다려진다" 고 말했다.

062-269-0284.

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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