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댐 건설 서둘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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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물 부족 사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모처럼의 단비로 고비는 넘겼지만 봄이면 매년 가뭄이 되풀이되는 최근 추이로 볼 때 물 관리에 대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때다.

한국의 강수량(연평균 1천2백83㎜)은 적지 않지만 인구가 많아 1인당 강수량은 세계 평균의 12%에 불과하다. 게다가 우기(雨期)에 전체의 3분의2가 집중적으로 쏟아지고, 산이 많아 76%가 강.바다로 흘러가버리는 지형특성상 특별한 치수(治水)대책 없이는 물 부족을 피할 수 없다. 아직은 공급에 여유가 있다지만 경기도 동두천의 경우에서 보듯 이미 국지적으로는 문제가 시작됐다.

우리가 물을 헤프게 쓴다는 지적도 있지만, 한국의 1인당 가정용수 사용량은 1백77ℓ로 일본(2백40ℓ)에 비해 적다. 또 앞으로 소득이 늘면 물 소비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이대로 가면 5년 후엔 물 부족이 본격화하고, 2011년에는 영남지역 대부분과 수도권 등 전체 인구의 80% 이상이 고통받게 될 것이라니 보통 일이 아니다. 이는 또 공업.농업 등 산업과 민생.국가안보 전반에 심각한 피해를 주게 된다.

우선 물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환경부.건설교통부.농림부.지방자치단체 등으로 제각각인 물 관리 체계에 대한 중앙정부 차원의 조정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물값 현실화와 절수기기 보급, 노후관 대체 등 수요관리와 함께 지하수 개발, 중수도(수돗물 재활용 시스템)확대 등의 대체 수원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그러나 이런 수요관리만으로 만성적인 물 부족을 해소하기엔 한계가 있는 만큼 댐 건설을 서두르는 방법 밖에 없다. 정부는 환경단체나 지역주민 등의 반대에 눈치만 보지 말고 이들이 납득할 수 있는 논리를 개발, 적극 설득해야 한다.

환경친화적인 중소 규모 댐에서 시작해 다목적 댐도 병행하지 않으면 안된다. 댐 건설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할 때 지금 서둘러도 결코 이르지 않다. 언제까지 여름엔 홍수, 봄에는 가뭄의 고통 속에서 하늘만 쳐다보며 한숨 짓고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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