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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신승남검찰팀에 거는 기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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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 집권 후기 사정업무를 총지휘할 검찰총장에 신승남(愼承男) 대검 차장검사가 내정됐다. 정부는 21일 愼차장을 검찰총장에 내정하고 법무부 장관을 경질, 안동수(安東洙)변호사를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검찰총장이 임기만료로 물러나는 시점에 상위직인 법무부 장관이 바뀐 것은 이례적이다. 정부 스스로 지연과 학연을 배려했다고 밝혔지만 김정길(金正吉)법무부 장관은 신임 검찰총장과 출신 지역이 겹쳤다는 이유로 물러난 셈이다.

검찰총장 임기 만료가 예정된 일이었으므로 비교적 큰 폭이었던 3.26개각 때 법무부 장관도 포함시켰으면 보다 자연스럽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국무위원급 인사가 두 달도 내다보지 못한다는 느낌도 주지 않았을 뿐더러 신임 검찰총장에게 '장관을 밀어냈다' 는 부담도 주지 않았을 것이다.

이같은 정황은 신임 법무부 장관에게도 도움이 될 수 없는 부분이다. 특히 장관이 여당 지구당 위원장직을 가진 현역 정치인 신분이란 점은 검찰권의 정치적 중립 시비를 부를 소지가 있다.

한편 愼검찰총장 내정자는 이미 2년 전부터 차기 총장으로 사실상 낙점된 상태였다. 조직 장악이나 업무능력.검찰 경력 등 여러 면에서 객관적 검증을 거쳤기 때문에 그의 총장 임명은 예정된 수순에 불과했다. 다만 너무 일찍 유일한 총장 후보로 부각되는 바람에 오히려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할 수 있다.

愼총장내정자가 '준비된 검찰총장' 이란 점에서 국민은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또 해결해야 할 과제도 안팎에 산적해 있다. 우선 안으로는 검찰 조직의 활성화가 급선무다.

이는 최근 검찰이 사정기관의 중추로서 무슨 역할을 했는지, 무슨 수사를 했는지 돌아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검찰 조직이 무너져내리는 소리가 가장 절실하게 들리는 자리에 있었던 총장내정자가 아닌가. 인사는 만사라 했거니와 조만간 있을 대폭 인사가 모래알처럼 돼버린 검찰 조직 회생을 위한 愼총장의 첫 작품이란 점에서 그 내용이 크게 주목된다.

또 밖으로는 검찰권 독립.정치적 중립 쟁취가 시대적 명제다. 더이상 법 집행의 형평성.공정성 시비는 없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검찰 개혁이 필연적이다. 옷 로비사건을 비롯해 심재륜(沈在淪).이종왕(李鍾旺)파동, 정치권과 연결된 대형 금융비리 사건과 총선사범 처리, 총풍(銃風).병풍(兵風) 등에서 보여준 검찰 모습은 한마디로 엉망이었다.

대통령은 기회있을 때마다 '검찰이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고 강조했지만 현실은 그 반대가 대부분이었다. 새로 구성되는 검찰팀마저 개혁을 외면하고 보신(保身)에 급급한다면 검찰뿐 아니라 국가적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신승남 검찰팀이 검찰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원칙에 입각한 성역없는 수사, 눈치보지 않는 부패.비리 척결만 이뤄진다면 박수받는 검찰이 될 것은 틀림없다. 국민도 검찰을 비난하기 앞서 인내심을 갖고 새 검찰팀의 행보를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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