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민간 신기술도 밀어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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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포항공대 남광희(南光熙, 제어.전력전자학)교수팀은 6년째 '스카이 카(Sky car)' 에 매달려 있다. 아이디어는 3~4인용 소형 차량을 무선 제어(制御)로 도심 건물 사이사이 좁은 공간을 누비게 하자는 것으로, 이미 기술은 개발 완료한 상태다. 스카이카는 요즘도 포항공대 캠퍼스 한 구석에서 컴퓨터 조종으로 자유자재로 가감속을 하며 달린다.

"경전철에 비해 건설비는 절반값이지만 운행효율은 몇배 높습니다. " 인구밀도는 높지만 마땅한 교통수단이 없는 교통후진국에 적합한 신교통수단이라는 얘기다. 수요처는 우리나라 도시 곳곳에, 다른 나라에도 얼마든지 있다. 문제는 누가 먼저 '손을 드느냐' 다. 선뜻 투자에 나서는 기업도 없고 정부 당국자는 더더욱 부정적이다.

南교수팀은 다행히 학교법인이 구세주로 나설 뜻을 보여 새로 '기술자문단' 을 구성하는 등 의욕을 보이고 있다. 법인 상임 부이사장 장근수(張根秀)박사가 "캠퍼스와 주거지역간 1㎞ 구간에 스카이카를 운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 며 南교수팀을 지원한 것이다.

자칫 사장될 뻔한 기술을 한 수녀가 살린 사례도 있다. 대구 파티마병원(원장 박제윤 수녀)은 지난 3월 사람이 하던 주차장(5백31면) 관리를 첨단 시스템으로 바꿨다. 주차면마다 센서를 설치해 점유 여부를 탐지하면 중앙컴퓨터가 운전자를 '가장 가까운 빈 곳' 으로 안내하는 시스템이다.

박원장은 "새 시스템을 도입해 주차효율이 높아졌고 인건비도 절감됐다. 방문객은 연료.시간이 절약된다" 며, "1~2년이면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이 기술을 개발한 유철진(兪徹鎭)씨는 "3년 동안 개발한 기술을 설명하면 모두 다른 곳에서 성공한 사례를 요구했다" 며, "박원장이 우리 기술을 살렸다" 고 고마워 했다. 이 기술은 곧 삼성동 무역회관 주차장에도, 또다른 건물에도 속속 설치될 전망이다.

신기술 살리기에 정부도 한몫해야 한다. 兪사장은 " '증명이 안된' 민간기술도 정부자금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며, "정부가 조금만 밀어주면 세계로 뛸 우리 기술은 많다" 고 주장한다.

음성직 교통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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