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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위협 대응력 갖출 때까지 전작권 전환 연기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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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연례 합동 군사훈련인 키리졸브 훈련이 8~18일 열렸다. 이 기간 중 한·미 양국군이 함께 훈련을 했다. 사진은 경기도 포천에서 열린 시가지 전투 훈련에 참가한 한국 해병(앞)과 미 해병. [로이터=뉴시스]

2012년 4월 17일로 예정된 한·미 양국 간 전시(戰時) 작전통제권 전환 문제는 2007년 한·미 간 합의 직후부터 큰 논쟁거리였다. 정치권과 군, 학계를 포함해 전작권 전환 시점을 늦추거나 전환 결정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논의가 끊이질 않았다. 최근 들어선 정부 당국자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지난 1월 “2012년에 전작권이 넘어오는 게 가장 나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미 당국이 매년 안보상황을 종합 평가해 전작권 전환 시기 조정에 반영키로 한 현재의 합의에 이미 전작권 전환 1~2년 유예 가능성이 포함돼 있다”는 다른 고위 당국자의 발언도 있었다.

그러나 이는 우리만의 논쟁이었다. 미국에선 이 문제가 공론의 장으로 나온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따라서 25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DC 월러드 인터콘티넨털 호텔에서 아시아재단 한미정책연구소·맨스필드재단이 공동 주최하고 중앙일보가 후원한 ‘전작권 전환과 한·미동맹’ 심포지엄은 미국 논의의 시발점인 셈이다. 이 자리에서 스콧 스나이더 한미정책연구소장은 “미국 내에서 전작권 전환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고 깊이 있는 논의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고든 플레이크 맨스필드재단 사무총장은 “올해를 넘길 경우 전작권 전환 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이 양국이 이 문제를 논의할 최적의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참석자 전원, 연기 필요성 제기=브루스 벡톨 해병참모대 교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장사정포 등 남한에 위협을 가하는 북한의 비대칭 전력에 충분히 대비할 때까지 전환 시점을 연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2015년까지 이런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기는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전작권 전환의 준비·점검에만 추가적으로 1~2년이 필요하며, 한국군이 주한미군을 총괄하는 작전능력을 가질 때까지 유보돼야 한다”며 원점에서의 재검토를 주장했다. 신안보연구센터(CNAS) 패트릭 크로닌 연구원과 해군제독 출신의 마이클 맥데비트 해군분석센터 전략연구소장은 한반도 안보상황과 동맹국의 입장을 감안해 일정 기간의 전작권 전환 연기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토론 사회를 맡은 플레이크 사무총장은 “최근 북핵의 위협이 더욱 커진 데다 2012년에 한·미 양국 모두 대선이 진행되는 상황을 감안해 1~2년 정도 연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스나이더 소장은 “한국군이 북한의 위협에 제대로 대응할 기술적 능력을 갖췄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정치적 고려보다 한·미 상호간 전략적 비전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되느냐가 연기 여부의 중요 기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측 참석자인 황진하 한나라당 의원은 “전작권 전환은 현 한반도 안보상황을 볼 때 전쟁 억제력을 약화시키고 북한에 나쁜 신호를 보낼 수 있다”며 “북핵 문제가 해결되고 북한 내 급변사태 가능성이 소멸될 때까지 전환 작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중 모드’ 미 국방부에 영향 주목=당초 심포지엄에는 데릭 미첼 미 국방부 동아태 부차관보가 연설하기로 예정돼 있었으나, 출장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주최 측 관계자는 “현재까지 기존 합의를 고수하고 있는 미 국방부가 예민한 주제를 놓고 공개적인 입장을 밝히기를 꺼린 것 같다”고 전했다. 스나이더 소장은 “다양한 견해를 듣기 위해 정부 당국자와 기존 합의 준수를 주장하는 인사들을 초대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며 “이것 또한 첫 공론화 단계에서 보이는 워싱턴의 온도(분위기)”라고 말했다. 플레이크 총장은 “이 문제는 한국 정부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한 미 정부가 나서기는 어렵다”며 “그러나 두 동맹이 협상에 들어가면 합의 도출은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전시 작전통제권=전쟁 발생 시 군 작전을 총괄 지휘하고 통제하는 권한. 2007년 한국 노무현 정부와 미국 조지 W 부시 정부는 2012년 4월 17일을 기해 한미연합사령부(주한미군사령관이 사령관을 겸임)가 가진 전작권을 한국군에 전환하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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