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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때 도와준 나라 경제발전 ‘특별과외’ … 60년 전 은혜 갚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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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1960년대 초 완공된 장충체육관은 필리핀 기업의 손을 거쳤다. 우리 기술만으로는 그렇게 큰 건축물을 지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한국전쟁 참전국인 필리핀은 우리보다 소득수준이 높고, 기술도 앞서는 나라였다. 지난해 수출입은행이 개최한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워크숍에서 윌프레드 디 페리오 필리핀 국가경제개발부 프로젝트담당 국장은 이렇게 말했다.

“한국은 50년 전만 해도 필리핀보다 낙후된 국가였으나 지금은 역전됐다. 이유가 뭘까, 한때 심각하게 연구한 적도 있다.”

#압둘라예 와데 세네갈 대통령은 지난 1월 한국을 찾아 “경제발전 경험을 배우고 싶다”고 밝혔다. 뜻밖의 요청이었다.

“한국은 세네갈의 발전 모델이다. 한국이 서부 아프리카 진출을 희망한다면 필요한 모든 협조를 다하겠다.”


정부는 이같은 개도국이나 저개발국의 정책 연구와 자문 요청에 응하기 위해 ‘경제발전 경험 공유 사업(KSP:Knowledge Sharing Program)’을 추진해 왔다. 2004년에 처음 시작했다. 공·사석에서 한국의 발전 비결에 관심을 보인 나라에 개별적으로 지원을 해본 것이었다. 대표적인 나라가 베트남이었다. 베트남은 우리 정부의 자문을 바탕으로 2006년 우리나라의 수출입은행을 본뜬 베트남개발은행을 설립했다. 요즘엔 2011~2020년 중기 경제발전계획 수립을 위해 베트남 공무원들이 한국의 정부 청사를 수시로 찾고 있다.

KSP는 여러 나라에서 호평을 받았다. 입소문까지 퍼져 지원을 희망하는 나라도 늘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원 대상국을 확대하고, 예산도 늘려왔다.

특히 올해 한국전쟁 60주년을 맞아 정부는 KSP 분야에서 참전국을 특별 배려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 주형환 대외경제국장은 25일 “국제사회에 결초보은한다는 의미에서 참전국 지원사업을 전개할 예정”이라며 “그 일환으로 KSP에서 참전국을 우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경제발전 경험 모듈화 워크숍에서 허경욱 차관은 “한국전쟁 참전국 등에 대한 공적개발원조(ODA) 지원을 확대해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받은 도움에 보답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미 참전국인 터키에는 2008년에 개발전략, 혁신체제, 산업고도화 모델 개발 정책을 자문했다. 올해 KSP 지원 후보국으로 뽑힌 16개국에도 참전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콜롬비아, 물자지원국인 페루와 브라질이 들어 있다. 정부는 지원 대상 후보국에 뽑히지 않은 참전국 가운데 KSP를 원하는 나라는 최우선 지원 대상인 ‘중점 지원 국가’에 포함할 방침이다. 중점 지원 국가는 경제정책 전반을 포괄적으로 최소 3년간 컨설팅해 주는 나라를 말한다. 중점 지원 국가는 지난해 베트남 1개국에서 올해에는 인도네시아·캄보디아·우즈베키스탄 등 4개국으로 늘었다.

참전국 가운데 선진국이 아닌 나라로는 터키·에티오피아·필리핀·콜롬비아 등이 있다. 주 국장은 “주로 개도국이 KSP 대상이 되겠지만 선진국이더라도 원하는 곳이라면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2004년 2개국에서 시작했던 KSP 수혜 대상을 올해 중점지원국 4곳, 일반지원국 12~13곳 등 16~17개국으로 늘리고 내년에는 중점지원국만 해도 11곳을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허귀식 기자

◆경제발전경험 공유사업(KSP)=한국의 성공적 경제발전 경험과 축적된 노하우는 물론 실패담까지 개발도상국에 전달해 정책수립을 밀착 자문해 주는 제도다. 2004년 개도국의 요청에 따라 정부가 별도 프로그램을 만들어 처음으로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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