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를 다지자] 94. 실내 경기장 흡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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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5차전이 벌어진 지난달 7일 잠실체육관. 후반전 선수들은 얼굴을 잔뜩 찡그리고 들어왔다. 휴식시간에 관중이 피운 담배연기 때문에 체육관은 퀴퀴한 냄새가 진동했기 때문이다. 짙은 안개가 낀 듯 시계(視界)가 불량했다.

각종 경기장에 담배연기가 자욱하다. 간접흡연의 폐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면서 대중교통 수단과 극장 등 공공시설에서의 금연이 일반화하는 추세이나 여가선용의 장소라 할 경기장에선 혐연권(嫌煙權)이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경기장 흡연으로 인한 피해는 농구.배구 등 실내 스포츠에서 특히 심각하다. 제대로 된 흡연구역이 없어 관중은 복도나 화장실로 나가 담배를 피우는데 체육관은 냉.난방 때문에 창문을 닫아놓아 담배연기가 그대로 경기장 안으로 들어온다. 관중석 내 흡연은 거의 사라졌지만 시설미비와 일부 흡연자들의 인식부족으로 경기장 전체가 흡연구역과 진배없다.

가뜩이나 환기시설이 빈약해 공기가 좋지 않은 밀폐된 체육관에서 관중과 선수는 이 담배연기를 고스란히 들이마실 수밖에 없다.

야구장이나 축구장 같은 실외 경기장에서도 흡연자들은 옥외라는 이유로 관중석에서 담배연기를 뿜어대 많은 사람이 경기 내내 고통을 당한다.

특히 관중이 꽉 들어차고 긴장의 정도가 심한 빅게임에서는 흡연이 잦아 피해는 더욱 커진다. 흡연관객과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사이에 언성이 높아지는 경우도 있다.

경기장 내 혐연권이 보장되지 못하면 관중의 건강뿐 아니라 스포츠 발전에도 큰 걸림돌이 된다. 호흡기가 약한 어린이나 임신부 등을 경기장에 데려올 수 없기 때문에 가족단위 관중이 경기장을 외면하게 된다. 담뱃불로 인한 화재로 대형 사고가 일어날 위험도 없지 않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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