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동 경기장 월드컵 후 '애물단지'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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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오는 12월 완공하는 서울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의 시설 배치 계획이 허술하고 월드컵 이후의 운영 방안이 미흡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천억원이 투입된 상암동 경기장은 좌석이 6만3천여석으로 아시아 최대 축구전용구장이다. 경기장 건물에는 대형할인점과 복합영화관.스포츠센터.식당가.문화센터 등 1만6천여평 규모의 수익시설이 함께 들어선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주차장 등 주요 시설의 규모와 배치가 불합리해 제 기능을 못하고 시민들의 불편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며 "지금이라도 시설 배치나 운영에 대한 치밀한 계획을 세워 경기장이 애물 단지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고 강조했다.

◇ 주차장 부족 우려〓경기장 건물 안에 문을 여는 대형할인점은 8천평 넓이. 일반 할인점이 4천~5천평임을 감안하면 국내 최대 규모다. 그런데 경기장 둘레에 있는 주차장은 1천면에 불과하다. 게다가 복합영상관(10개 상영관)과 대규모 스포츠센터 등이 함께 입주해 주차 수요가 폭증할 전망이다.

매장이 3천5백평인 가양동 이마트의 경우 주차장이 1천면이다. 주중엔 80% 정도 차고 주말엔 포화 상태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경기장 외곽 남단에 1천5백면의 주차장을 따로 마련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고 말했다. 하지만 쇼핑 매장에서 외곽 주차장까지의 거리는 1㎞가 넘어 고객이 카트를 몰고 이곳을 이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 부서간 연계 취약〓서울시가 상암동 경기장의 시설 배치에 대한 외부기관 용역 결과를 통보받은 것은 지난해 4월. 그러나 공청회나 간담회 등을 통해 용역 결과 검증 작업은 전혀 하지 않아 차질을 자초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시는 상암동 경기장 건설 과정에서 건설.관리.운영 부서간 유기적인 업무 협의를 소홀히 해 잠실이나 목동경기장 등을 운영하며 얻은 시행 착오나 경험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경기장 운영방안 마련에 참여하고 있는 한 자문위원은 "경영 마인드를 갖춘 부서와 긴밀히 협조해 사후 운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매장별 운영의 전문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분할해 민간에 위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 제안했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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