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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 지방교육청 단협조항 33% 부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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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전남교육청이 전남전교조 등 해당 지역 교원노조와 2008년 8월 맺은 단체협약에는 자립형 사립고 추천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자립형 사립고는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교육감의 추천을 받아 지정하는데 이를 못하도록 한 것이다. 교육자치법에 따라 보장된 교육감의 권한을 침해하는 단체협약을 맺은 셈이다. 노동부는 24일 경기·부산·광주·전남·전북·제주 등 단체협약의 효력이 유지되고 있는 6개 교육청의 단협을 분석한 결과 불합리한 조항이 전체 453개 조항 중 152개 조항(33.5%)이나 됐다고 밝혔다. 노동부가 문제 삼은 단협 조항에는 비교섭 대상을 단협으로 규정한 것이 92개로 가장 많았고 부당(16개)· 위법(8개) 순이었다.


이들 조항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행사하는 정책결정에 관한 사안을 제약하거나 임용권 같은 기관의 관리·운영 관련 사항을 교섭 대상에 넣은 경우가 많았다. 일반계 고교의 특별반 운영을 금지(광주·전남·제주)하거나 연구·시범학교 응모 때 교원 동의(부산·전남·전북·제주)를 받도록 하는 내용도 있었다. 또 노조가 주관하는 교육연구 행사 등에 대해 행·재정적으로 지원(부산·광주·전남·전북·제주)한다거나 지역교육청이 주관하는 학력고사를 폐지(전북)하는 조항도 있다. 중학교 전보 뒤에는 2년간 고교로 전보를 금지(광주)하는 것도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이런 조항들 때문에 교육감의 권한이 크게 제약을 받고 교육정책이 노조에 휘둘리는 현상이 벌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지역별로는 부산이 32개 조항 중 11개, 광주는 74개 중 31개, 경기는 76개 중 23개가 해당됐다. 전남은 89개 중 34개, 전북은 114개 중 27개, 제주는 68개 중 26개 조항이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이번 분석에서 제외된 10개 시·도 교육청은 단협 기간이 끝난 뒤 각 교육청이 해지를 통보해 단협의 효력이 없는 상태다.

노동부는 해당 단협에 대해 시정 명령을 내리고 이행하지 않으면 노동관계법 위반으로 처벌할 방침이다. 노동부가 노동위원회 의결을 거쳐 시정을 명령하면 각 교육청과 교원노조는 2개월 이내에 단협을 개정해야 한다. 아니면 단협 체결 당사자가 각각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이에 따라 해당 교육청은 노동부 지적을 반영해 관련 단협을 고치고 앞으로 진행될 전교조와의 교섭에서도 인사·경영·재정 운영권 등 비교섭 사안은 협상 과정에서 배제키로 했다. 교육과학기술부 이난영 교원단체협력팀장은 “이번 시정명령을 참고해 각 시·도교육청이 교원노조와 단체교섭을 할 때 법적으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유념하라고 권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교조는 강하게 반발했다. 전교조는 이날 논평을 통해 “정부가 교원노조법에 근거해 노사 자율로 체결한 단협에 위법하게 개입하고 있다”며 “교원노조법 개정을 노린 정치적 행위”라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노동부가 시정명령을 내리는 즉시 법원에 취소 및 집행정지 신청을 낼 방침이다.  

김기찬·이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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