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경제] 은행이 왜 개인들 신용정보를 관리하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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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옛날에는 금융기관 직원들이 경험이나 육감 같은 데 의존해 신용이 좋은 사람인지를 주먹구구식으로 판단했대요.

미국 금융기관들도 페인트공이나 배관공한테는 돈을 빌려주지 않은 적이 있답니다. 페인트공이나 배관공 중에도 돈많고 신용좋은 사람이 있을텐데, 돈을 잘 못버는 직업이라고 괄시한 셈입니다.

지금은 선진화되었다는 미국 금융기관들도 옛날에는 엉터리였죠.

시간이 흐르면서 금융기관들은 돈을 빌리러 온 고객들에게 일정한 자료를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자기 집과 직장을 갖고 있는지, 한달에 얼마나 버는지, 차는 어떤 것을 타고, 가정생활은 원만한지, 뭐 이런 것들이죠. 그 사람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게 되면 알수록 빌린 돈을 제때 갚을 수 있을지 더 잘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과거에 그 사람의 금융거래 내용이 어땠는지는 중요한 정보입니다. 빌린 돈을 갚지 않은 경험이 있는 사람은 나중에도 같은 일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지요.

또 신용불량 기록을 모아 잘 분석해 보면 돈을 빌려준 뒤 얼마나 떼일지에 관한 확률을 알 수 있다고 해요. 대출해 줬다가 손해볼 확률을 대손율이라고 합니다. 그것은 마치 동전 던지기와 비슷한 이치입니다.

다음에 어떤 면이 나올 지 정확히 알아맞힐 수는 없지만 수천번 던지면 절반 정도는 앞면이 나오듯 수천번 대출을 하다 보면 어떤 종류의 사람한테 대출을 하면 손해볼 확률이 어느 정도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죠.

금융기관들은 고객이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점수를 매기고 어느 정도 점수를 받은 사람들한테만 대출을 합니다.

이런 기준을 만드는데 대손율이 아주 유용하게 사용된답니다.

이 확률을 제대로 모른다면 턱없이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한테만 대출하게 되므로 대출 고객이 줄어들어 은행이 영업을 제대로 할 수 없겠죠. 반대로 너무 낮은 점수로 기준을 정해 마구 대출을 했다간 떼이는 경우가 많아 손해가 막심하겠죠.

◇ 신용정보는 어떻게 관리하나요

금융기관들은 1천만원 이상 대출받거나, 신용카드를 발급받은 사람들을 15일 이내에 은행연합회에 보고합니다.

은행연합회에 이들의 신상기록이 보관되는 것이죠.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사람 대부분의 기록이 은행연합회에 모이게 됩니다.

또 대출금.신용카드 대금을 3개월 이상 갚지 않거나 어음.수표를 부도낸 사람, 금융기관을 속여 대출을 받는 등 법에 어긋나는 짓을 한 사람들이 은행연합회에 보고됩니다.

이렇게 기록된 사람을 신용불량자라고 합니다. 금융기관들은 이 정보를 가져다가 이런 사람한테는 대출이나 신용카드 발급을 하지 않고 있죠.

한번 신용불량자로 등록되면 돈을 갚더라도 문제가 남게 됩니다. 갚지못한 돈이 1천만원(신용카드 대금은 2백만원)을 넘는 사람은 나중에 돈을 갚더라도 1년(신용불량 기록후 1년 이내 갚은 경우)~2년(1년이 넘어 갚은 경우) 동안 계속 신용불량자와 마찬가지로 취급됩니다. 이런 사람을 신용불량 기록 보존자라고 합니다.

갚지못한 돈이 1천만원(신용카드 대금은 2백만원) 이하일 때는 갚는 즉시 신용불량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거래를 할 수 있습니다.

신용정보가 은행연합회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신용정보회사라는 곳에서도 여러가지 정보를 수집해 이를 금융기관에 판매하고 있답니다.

그 정보에는 금융거래 기록은 물론 백화점에서 할부로 물건을 사고 제때 돈을 내지 않았거나 수도.전기요금 등의 공공요금과 휴대전화 사용료를 연체한 기록까지 포함돼 있습니다.

그럼 내 신용상태를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요? 우선 은행연합회나 거래하고 있는 금융기관에 직접 찾아가 본인임을 확인하면 금융거래에 대한 불량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신용보증기금이나 한국신용정보.한국신용평가정보 같은 회사에 회원으로 가입, 돈을 내면 세금이나 백화점 카드.통신요금 연체내역도 확인할 수 있어요. 최근에는 신용상태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이런 회사에 등록한 회원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해요.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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