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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쪽에 치우친 여당 바로잡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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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열린우리당의 온건 중도성향 의원들이 참여한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 모임'(안개모)이 어제 공식 출범했다. 그동안 여당 내 운동권 출신 의원들을 주축으로 한 강성 진보세력의 주장에 눌려 기를 펴지 못하던 이들이 모여 "이제 우리의 목소리를 내겠다"고 나섰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안개모 발족의 정서적 배경은 선언문 첫머리에 잘 나타나 있다. "평소 말이 없던 분들, 한마디 하고 싶어도 꾹꾹 참고 있던 의원들이 목소리를 내기 위해 모였다"는 것이다. 이들은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 당의 모습을 수평적이고 안정적으로 만들어 내기 위해 시소에 올라타겠다"며 당내 강성세력을 견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국민 여론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독선적 행태를 보이던 여당 내에서 양식 있는 의견이 제기되니 그나마 다행스럽다.

안개모는 국가보안법 폐지 방침에 반대하면서 개정을 주장한 의원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안개모 창립 축사를 맡은 김진표 의원도 "수많은 개혁법안도 국민과 더 많은 대화와 토론을 통해 국민과 함께 가려는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나 반성한다"고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보안법 등 4대 법안 문제에 대해 "국민 여론의 지지를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다면 기다리면서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서두르거나 힘으로 밀어붙이려 하지 말라는 경고음이 여권 내부에서 계속 나오고 있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여권 내 강경세력은 이런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대통령은 이념 문제에 대해 초연하라"고 말한 김부겸 의원에겐 출당 요구까지 제기되고, 국정 쇄신을 주장한 정장선 의원에겐 동료 의원이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고 무안을 준다. 안개모는 '이적단체'로 매도된다. 이런 속좁음과 전투성이 바로 문제다. 이들은 당 내분을 일으키자는 뜻이 아닐 것이다. 당의 건전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이런 의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당내 민주주의가 봉쇄된 정당엔 미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