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놀이터에서 놀다 올게요."
우리 꼬맹이 신나는 목소리.
그러고는 금세 후다닥.
또 모래놀이 하러 가는구나.
노래 같은 그 소리 들으면
내 입가는 절로 빙그레.
그나마 다행이다.
이 고층아파트 숲에
놀이터라도 있으니.
그거라도 없었으면 마땅히
놀 데가 하나도 없지 않나.
하지만 고마운 마음도 잠시,
약국에서 만난
아이 친구 엄마는
구충제를 가족 숫자만큼
한 아름 사고 있다.
"작은녀석이 놀이터에서
모래장난하고 놀더니
요전 검사에서
기생충이 나왔다잖아요.
개회충하고 요충이라네요.
이름만 들어도, 어휴."
아차, 그렇구나.
놀이터의 모래는
언제 소독을 할까?
비 오거나, 눈 오는 날일까.
도심에서 흙을 만져볼 곳은
오로지 거기뿐인데….
그러고 보니 놀이터의 흙이
발암물질 섞인 석유계 물질로
오염됐다는 보도도 있던데….
그뿐인가.
모래.나무껍질.고무매트로
푹신해야 할 놀이터 바닥재로
심지어 콘크리트도 쓴다니.
게다가 안전핀이 빠진 시소,
삐거덕거리는 그네…
놀이터 옆으로 쌩하고
달려가는 배달 오토바이
가끔은 볼썽사납게
중.고생과 어른이 교대로 와
담배연기까지 뿜어대고….
*어린이 놀이터는 지금까지 '주택건설 기준 등에 관한 규정(33조)'에 따라 설치만 하면 그뿐 자세한 안전.관리 기준이 없었다. 뒤늦게나마 어린이 놀이터 안전기준이 마련돼 12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박미향<주부통신원>주부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