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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뉴스] 어린이 놀이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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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엄마,

놀이터에서 놀다 올게요."

우리 꼬맹이 신나는 목소리.

그러고는 금세 후다닥.

또 모래놀이 하러 가는구나.

노래 같은 그 소리 들으면

내 입가는 절로 빙그레.

그나마 다행이다.

이 고층아파트 숲에

놀이터라도 있으니.

그거라도 없었으면 마땅히

놀 데가 하나도 없지 않나.

하지만 고마운 마음도 잠시,

약국에서 만난

아이 친구 엄마는

구충제를 가족 숫자만큼

한 아름 사고 있다.

"작은녀석이 놀이터에서

모래장난하고 놀더니

요전 검사에서

기생충이 나왔다잖아요.

개회충하고 요충이라네요.

이름만 들어도, 어휴."

아차, 그렇구나.

놀이터의 모래는

언제 소독을 할까?

비 오거나, 눈 오는 날일까.

도심에서 흙을 만져볼 곳은

오로지 거기뿐인데….

그러고 보니 놀이터의 흙이

발암물질 섞인 석유계 물질로

오염됐다는 보도도 있던데….

그뿐인가.

모래.나무껍질.고무매트로

푹신해야 할 놀이터 바닥재로

심지어 콘크리트도 쓴다니.

게다가 안전핀이 빠진 시소,

삐거덕거리는 그네…

놀이터 옆으로 쌩하고

달려가는 배달 오토바이

가끔은 볼썽사납게

중.고생과 어른이 교대로 와

담배연기까지 뿜어대고….

*어린이 놀이터는 지금까지 '주택건설 기준 등에 관한 규정(33조)'에 따라 설치만 하면 그뿐 자세한 안전.관리 기준이 없었다. 뒤늦게나마 어린이 놀이터 안전기준이 마련돼 12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박미향<주부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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