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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시험 지방할당제 늘리면 수도권 집중현상 완화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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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최근 우리가 가장 많이 하고 또 듣는 말 중의 하나가 발상을 전환하라는 것이다. 특히 지난 금융위기 후 우리 사회의 취약성이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단순한 구두선(口頭禪)에 그치지 않고, 그야말로 생존 자체를 위해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돼 가고 있다.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도 점점 더 거세지는 무한경쟁시대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무언가 달라지지 않으면 안 된다고 다짐하고 있다. 오죽하면 모 재벌 회장이 "부인과 자식만 빼고 모두 바꾸라"고 했을까.

아직도 수도 이전을 위한 특별법의 위헌 결정 이후 그 여진이 가라앉지 않은 것 같다. 청와대만 서울에 두고 나머지 행정부서는 옮기자느니,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바꾸자느니 하는 것을 보니 수도 이전을 바라던 사람들의 마음이 여간 상하지 않은 모양이다. 여기서 다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옳았는지에 관해 얘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수도를 옮기고자 한 발상 자체를 보고자 하는 것이다.

수도를 옮겨야 하는 이유로 약방의 감초처럼 따라붙는 수식어가 있다.'국가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라는 것이다. 이 명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과연 어디 있을까. 우리나라와 같이 수도 집중도가 높은 나라는 지구상에 드물다. 그러기에 지방에서는 더욱 서울로 오려 하고, 서울은 더욱 비대해 가는 악순환이 그칠 줄 모른다. 많은 사람이 정부의 수도 이전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중요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보인다.

첫째는, 정말 국가의 균형발전을 위해 수도를 옮기려고 하느냐는 것이다.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누구도 반대할 수 없는 명분으로 다른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특정 지역의 표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국민은 이미 정치인들의 숨은 정치적 의도를 나름대로 분석하고 있는 것이다. 본래의 숨은 의도가 전혀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국민은 그렇게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는, 수도를 그렇게 옮기는 것이 과연 국가의 균형발전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다. 엄청난 돈을 들여 수도를 옮기는 데 그 성과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것이다. 아마 수도를 옮기더라도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교육 때문에 대부분 서울에 식구들을 두고 두 살림을 하든지, 아니면 서울에서 출퇴근할 확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특히 이제는 고속철까지 있으니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정부의 수도 이전이 진정 국가의 균형발전을 위한 것이라면 이를 위한 더욱 효과적인 방식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국가 균형발전은 물리적인 시설의 이전으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시설을 옮기려 하지 말고 사람을 옮길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가장 효과적이고 경제적인 방법은 지방이 그토록 요구하고 있는, 각종 국가시험이나 자격시험에서의 지방할당제의 확대다.

수도 이전과 같이 거대한 국가적 사업이 교육과 연계되지 않고 어떻게 서울 집중을 완화할 수 있단 말인가. 지방 사람들이 지방을 떠나 서울로 오는 이유가 무엇인가. 자녀들이 지방에 사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을 알면 서울행이 줄어들 것이다.

지방할당제는 돈도 들지 않는다. 위헌을 염려할 것도 없다. 단언컨대 헌법재판소가 결코 (단계적.점진적으로 시행하는 한) 위헌이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 국민도 절대 '오해'하지 않을 것이다.

청와대를 제외한 행정부서를 모두 이전하는 편법으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우회하려는 모험을 하지 말고 진정 지방의 발전을 원하면 지방에 물어보기 바란다. 지방의 교육을 살리면 국가의 균형발전이 절로 이뤄진다. 지방 사람들의 자존심도 살아난다. 바로 그 대안이 지방할당제다.

윤대규 경남대 교수·헌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