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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야생마의 계산능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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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제9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16강전
[제5보 (88~105)]
黑.이세돌 9단 白.후야오위 7단

이세돌9단은 야생마 또는 럭비공에 비유된다. 개성이 강하고 호기심.모험심.상상력이 강하다. 돌다리를 남이 두드려보고 있을 때 벌써 휘적휘적 건너고 있다. 바둑판에서도 그런 기질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는 특히 상대의 빈틈을 찔러 기습하는 능력이 탁월해 나무 위에 숨어있는 표범과도 같은 이미지를 내뿜는다.

그러나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이세돌의 또 다른 면모가 있다. 그는 올해 반집 또는 한집반 승부에서 4승1패를 거두고 있다. KO승이 많지만 박 터지는 계가바둑의 승률(80%)이 전체 승률(75%)을 앞선다. 이세돌은 계산이 능하지 못할 것이란 느낌은 이세돌의 강렬한 색깔이 주는 착시현상일 뿐이다.

오늘 후야오위7단이 맥없이 끌려다니고 있는 원인도 바로 거기에 있다. 처음부터 너무 웅크린 후야오위는 '이게 아닌데'싶으면서도 이제 와선 어쩔 수 없이 늪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92의 연결도 굴욕적이지만 '참고도'흑1로 끼우는 절단수가 있어 부득이하다. 흑이 A, B 등 절대 선수를 아껴둔 효과다. 그렇다면 지금 형세는 어떤 것일까. 105로 중앙을 지킨 시점에서 계산을 해보자.

백집은 좌하 18집, 상변 5집, 우변 23집으로 합계 46집.

흑집은 좌변 11집, 좌상 5집, 중앙 및 우상 20집, 우하 19집으로 합계 55집.

반면 9집이니까 덤을 계산하면 불과 2집반 차이. 더구나 백 선수다. 지금까지 흑은 화려했고 백은 누추해 보였지만 차이는 예상 외로 적다. 둔도(鈍刀)의 저력이다. 다만 백은 중앙이 약간 엷다. 늘어날 집이 없다는 것도 약점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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