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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아전인수격 낙하산인사 해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공기업 사장의 낙하산 인사에 대해 여론이 일제히 질타해도 변명과 정치공세만 늘어놓는 집권당의 모습이 딱하다. 민주당 대변인은 낙하산 인사 비판에 대해 "올해 임명된 공기업 사장은 대부분 전문가" 이고 정치권 출신 인사는 '극히 일부' 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국민의 정부 3년과 한나라당이 정권을 맡았던 20년간의 공기업 운용실태와 인사 현황에 대해 공개 토론하자" 고 나왔다. 이런 수준의 현실 인식으로 과연 민주당이 모색하고 있는 민심 되찾기가 이뤄질 것인가.

여당측 주장은 한마디로 "과거 정권 때는 낙하산 인사가 지금보다 더 심하지 않았느냐" 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최초의 정권교체를 이룩하고 집권 초부터 공기업 개혁을 주창해온 민주당으로선 할 말이 아니다.

뒤집어 말하면 '너희들은 다 해먹어 놓고, 이제 우리가 좀 해먹겠다는 데 웬 잔소리냐' 는 소리로 들릴 수 있다. 이 논리를 확장하면 한나라당은 자신들이 과거에 잘못한 행태를 지금 민주당이 되풀이하더라도 잠자코 있어야 한다는 말이 된다.

대부분 전문가를 임명했다는 주장도 조리에 닿지 않는다. 올해 4월 이후 선임된 10여개 공기업 사장.이사장의 대부분이 정계와 관.군.경찰 출신이 차지했다.

이들 중 전문성을 인정할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시피 하니 비판의 소리가 나온 것이다. 오죽하면 '건교부는 자민련의 낙하산 훈련장' 이란 비아냥이 나왔겠는가. 공기업 개혁은 유능한 경영진을 선임해 책임경영토록 하는 데서 출발한다. 정부가 아무리 공기업 개혁을 외치고 구조조정과 경영 투명성 확보를 강조해도 낙하산 인사가 계속된다면 다 헛일이 될 것이다.

민주당은 과거 야당시절에는 낙하산 인사를 집중적으로 비판했고 집권 후에도 기회있을 때마다 낙하산 인사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해왔다. 올 상반기에만 해도 임기가 만료되는 공기업 사장 자리가 60곳 정도라고 한다. 공기업의 진정한 개혁을 위해 지금부터라도 낙하산 인사에 대한 잡음을 차단하는 정권 차원의 결단을 내려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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