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자본력 앞세운 외국 업체들, 한국 휴대폰 기술 노린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경영이 쪼들린 국내 중소.중견 휴대전화 업체들이 해외 업체와 투자유치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로 인해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들의 움직임을 막을 뾰족한 방안이 없는 실정이다. 운영자금이 달린 국내 업체와 휴대전화 기술이 절실한 해외 업체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통신업체인 엠블레이즈는 지난달 국내 GSM(유럽형 이동통신 방식) 휴대전화기 전문업체인 이노스트림에 310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엠블레이즈는 이노스트림이 자회사를 본사와 통합하는 투자조건을 이행하는 즉시 1500만달러를 투자하고 나머지는 3년에 걸쳐 투자할 방침이다.

또 미국의 중국계 통신업체인 UT스타컴은 최근 CDMA 단말기 전문업체인 기가텔레콤의 CDMA 연구개발 부문을 1860만달러에 사들였다.이미 어필텔레콤의 지분 53%를 보유하고 있던 모토로라는 나머지 지분 전량을 최근 사들여 모토로라코리아와의 법인 통합 작업을 추진중이다. 이 밖에 맥슨텔레콤과 벨웨이브 등도 중국 업체와 매각 또는 투자유치 협상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투자증권 이승혁 애널리스트는 "휴대전화기 제조 기술이 널리 알려져 휴대폰 기술력보다는 마케팅 능력이 더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라며 "중소 업체들은 대기업처럼 대규모 자금을 마케팅 비용으로 쓸 수 없어 생존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지난해 국내외 마케팅 비용은 각각 2000억원대를 넘겼다. 또 올해는 경쟁이 치열해지는 바람에 이보다 마케팅 비용이 더 늘어 날 전망이다.

한편 해외 업체들은 국내 중소 업체들의 CDMA 상용화 기술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중 UT스타컴이 가장 적극적이다.

UT스타컴은 지난 3월 CDMA 장비 업체인 현대시스컴의 연구개발 인력과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가 최근 전략물자 유출 논란을 일으켰다.

이희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