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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일곱살 '신인 개그맨' 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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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서른 일곱살. 벌써 벗어진 앞머리에다 심한 사투리까지. 연예계 데뷔와는 거리가 먼 조건을 골고루 갖춘 김홍식(사진)은 올해 혜성같이 등장한 신인 개그맨이다.

그의 데뷔 무대는 지난 7월 5일 KBS-2TV에서 방송된 84회 '폭소클럽'. 대구에서 18년째 이벤트 MC로 활동하고 있는 그가 방송 출연을 하게 된 것은 자신의 끼가 어느 정도인지 시험해보고 싶어서였다. 그는 영화 '친구'에 나오는 폭력교사와 '선생 김봉두'의 촌지만 밝히는 교사를 모델로 원고를 써 '폭소클럽' 작가에게 e-메일을 보냈고 '신인무대' 코너에 오를 기회를 얻었다.

"녹화한다고 해서 방송에 나올 수 있을는지, 또 고정 코너를 맡을 수 있을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었지요." 매회 70분 동안 방송되는 '폭소클럽'의 녹화시간은 1시간30분. 녹화현장에서 반응이 좋지 않은 코너 두세개는 편집과정에서 잘려나간다.

그는 첫 무대에서 팔목에 토시까지 낀 촌스러운 교사로 나와 학창시절 누구나 한번 겪어봤을 가정환경 조사를 풍자했다.

걸쭉한 사투리로 "니 아버지 뭐 하시노, 사업하신다꼬. 니 반장해라" "집에 자동차 있는 사람 손 들어, 3000㏄ 아래는 손 내리고" 등의 대사를 쏟아놓자 관객들의 폭소가 터졌다.

"우리 학교 다닐 때 선생님들이 잘 사는 집 애들을 우대했잖아요. 그걸 꼬집어 보고 싶었습니다."

그날 이후 김홍식은 '폭소클럽'의 '떴다 김샘' 코너를 맡아 매주 '추억의 선생님'으로 시청자들을 찾고 있다.

그의 탄탄한 개인기는 1987년 대학 1학년 때 시작한 이벤트 MC 경력이 밑거름이 돼 만들어졌다. 대구지역 이벤트MC 연합회인 '리더스' 소속으로 대학 행사나 지역 축제 등을 진행하고 있다. 재담꾼 김제동도 '리더스'에서 그와 4년 동안 함께 활동했다.

"지난 추석 연휴에 김제동과 같이 대구 시내를 돌아다니는데 나한테도 사인 부탁하는 팬들이 꽤 있더라고요. 제동이도 놀라는 눈치였어요."

그는 오는 8일 방송되는 '폭소클럽' 100회에서 학생으로 특별 출연하는 김제동과 팽팽한 입담 대결을 할 예정이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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