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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우리말 바루기 84. 게슴치레·거슴푸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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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정치.경제.사회 환경이 불안정하다 보니 사람들의 시름이 깊어갑니다. 사물의 이치와 시대 흐름을 재빨리 읽고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는 총명함이 사회 각 부문에서 어느 때보다 간절합니다.

'슬기롭고 영특함'은 모든 이의 바람이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초롱초롱'과 반대되는 개념의 말로'거슴츠레'가 있습니다.

"눈을 가슴치레 뜨지 마라" "눈알이 게슴치레 풀리고 얼굴색마저 핼쑥하다" "거슴푸레한 표정은 보는 이로 하여금 맥빠지게 한다"처럼 신경 쓰지 않고 말하다 보면 어느 게 맞는 표현인지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정신이 맑지 못해 옳고 그름의 구별이나 하는 일 따위가 분명하지 아니하다'란 뜻에는'거슴츠레'가 맞는 표현입니다. '거슴츠레'와 함께'게슴츠레''가슴츠레'도 표준어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어감의 차이를 나타내는 단어 또는 발음이 비슷한 단어들이 다 같이 널리 쓰이는 경우에는, 그 모두를 표준어로 삼는다"는 어문 규정에 따라'꺼림하다.께름하다'를 둘 다 공용어로 삼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앞이 뚜렷이 보이지 않거나 들리는 게 없으면 사람들은 더 불안해하는 경향이 있죠. 이럴 경우 "앞일이 거슴푸레해 도대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종잡을 수 없어"라고 말을 하는데 이 역시 잘못된 표현입니다.

빛이 약하거나 멀어서 어둑하고 희미할 때 방향을 잡기란 더 어렵습니다. '거슴푸레' 대신 '어슴푸레'란 정확한 단어를 사용해 "어슴푸레한 새벽이여. 어서 밝아오라"라고 해야 제대로 된 표현입니다.

김준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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