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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교재 113종의 문제 유형·개념 활용해 수능 출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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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EBS강의 수능 70% 진실은

교육과학기술부가 11월 18일 치르는 2011학년도 수능시험에서 전체 문항의 70%를 EBS 수능 강의·교재와 연계해 출제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자 수험생과 학부모가 술렁이고 있다. 그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EBS 수능 강의를 총지휘하는 곽덕훈 EBS 사장과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김성열 원장을 23일 직격 인터뷰했다. 곽 사장과 김 평가원장은 수능 70% 연계율에 대한 입장부터 달랐다.(※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

정부가 올해 수능시험에서 전체 문항의 70%를 EBS 수능 강의·교재와 연계해 출제하겠다고 밝힌 뒤 EBS 강의를 듣는 학생이 늘고있다. 사진은 EBS 강사가 인터넷용 수능 강의를 녹화하는 모습. [중앙포토]

곽덕훈 EBS 사장

-EBS 강의와 교재에서 수능 문제가 정말 나오나.

“출제를 맡고 있는 교육과정평가원이 EBS 수능 강의와 교재에서 문제 출제를 연계하는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안다. 우리 입장에선 강의 내용에서 많이 출제되면 좋겠지만 문제가 똑같이 나오는 일은 없을 것이고, 그래서도 안 된다. 교육적으로도 맞지 않는다.”

-학생들이 70% 연계를 똑같은 문제가 출제되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

“수능은 암기력 테스트가 아니다. 어떻게 똑같은 문제를 낼 수 있겠는가. 유사한 지문을 유추적으로, 또는 응용해서 풀 수 있는 문제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 어떻게 연계를 한다는 것인가.

“EBS 교재와 문제를 다뤄본 수험생은 실제 수능 문제를 접했을 때 ‘생소하지 않다’라는 생각이 든다는 의미일 것이다. EBS가 강의와 교재의 질을 높이고, 수험생 요구에 맞게 콘텐트를 제공하면 출제위원들이 더 많이 반영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문제지가 비슷비슷해 EBS 교재가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책 장사만 하는 게 아닌가.

“예전엔 EBS 강의가 싸구려 취급을 받았을지 몰라도 이제는 그렇지 않다. 수험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수준별 강의를 제공한다. 단원별 인덱스 강좌라고 들어봤나. 우리 강의는 학생들이 부족한 부분만 단원별로 떼어내 들을 수 있게 돼 있다. 50분 강의를 압축한 클립 강의도 있다. 이런 강의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메가스터디의 온라인 강의와 비교하면 EBS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EBS 홈페이지에 와 보면 어떤 반응이 올라오는지 알 수 있다. 덕수고 윤혜정 언어 교사의 강의 게시판에는 학생들 글만 1만2000여 건이 올라 있다. ‘돈 안 내고 좋은 강의 들을래’와 ‘비싼 돈 내고 사교육 인강 들을래’라고 물으면 무얼 고르겠나. 당연히 EBS를 선택한다.”(곽 사장은 메가스터디라는 말에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학원가 스타 강사를 데려와 학원 홍보만 해준다는 비판도 있다.

“그런 선입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강의를 들어보면 다 안다. 학원 강사도 열정적으로 가르친다. 학원 강사들도 ‘우리가 돈 벌어서 땅속으로 가져 가느냐’고 말한다. 좋은 강의를 많은 학생들이 나눌 수 있도록 가슴을 열고 최선을 다해보자고 말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EBS가 사교육비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교육을 줄일 수 있나.

“학교 공부가 너무 쉬워서 또는 너무 어려워서 학원에 가는 것이 아니겠나. EBS는 교과서 내 핵심 개념을 잡아주는 강의도 제공한다. 시중에서 잘 팔리는 일반 교재로 강의하는 강좌도 있다. PMP로 고화질 강의를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고, 5월 중엔 스마트폰을 통해서도 강의를 들을 수 있게 된다. EBS가 학생 곁으로 다가가면 학원 수요가 줄어들지 않겠는가. 사교육은 줄일 수 있다고 본다.”

김성열 교육과정평가원장

-올해 수능 문제 중 70%가 EBS 수능 강의에서 정말 나오나.

“정확하게 하자. EBS 수능 강의가 아니라 교재다. 수능 출제위원이 강의까지 볼 수는 없다. 그러니까 평가원이 감수한 113종 교재와 문제집에서 출제를 한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적중이 아니라 연계라는 점이다. 교재에서 나온 문제와 똑같은 게 나온다는 뜻이 아니다.”

-연계란 말이 애매하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언어영역을 예로 들자. EBS 교재와 문제에서 많은 지문이 나온다. 이효석의 ‘메밀 꽃 필 무렵’이라는 글에서 지문을 발췌한 것이 EBS 교재에 실렸다고 하자. 실제 수능에서는 이 지문과 똑같은 지문이 나오거나 지문을 확대해 글의 앞뒤 내용을 수능에 낼 수 있다. 수리영역에서 연계란 EBS 교재에 나온 문제의 숫자만 바꿔서 내는 건 연계가 아니다. 그런 문제는 낼 수 없다. 교재에 실린 문제와 유사한 유형의 문제, 문제에 담긴 개념을 활용한 문제가 출제된다고 보면 된다.”

-영역마다 연계 형태가 다 다른가.

“그렇다. 가장 연계하기 힘든 영역이 외국어(영어)다. 독해 문제는 수험생이 평소에 익숙한 지문이 나오면 실제 수능에서 문제 풀이가 아주 쉬어 지금까지는 EBS 교재의 지문과 같은 지문을 수능에 출제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영역마다 연계율은 천차만별이다.”

-6년 전처럼 말로만 수능에 연계한다고 하고 또 흐지부지되는 게 아닌가.

“29일 올해 수능 기본계획 발표 때 구체적으로 설명하겠다. 6월과 9월 치르는 평가원 주관 모의고사에서는 수험생이 EBS 교재에서 어떻게 출제되는지 실감할 수 있게 하려 한다. ”

-70%라는 숫자는 어디서 나온 건가.

“수험생들이 EBS 교재로 수능을 준비하면 어려움이 없다는 믿음을 주기 위한 숫자로 이해하고 있다. 그렇다고 EBS 교재 문제만 풀면 100점 만점에 70점 받는다는 건 착각이다.”(※안병만 교과부 장관은 17일 70% 연계를 처음 밝혔다. 교육과정평가원과 EBS와는 사전 조율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다면 과거 출제 방식과 달라지는 게 무엇인가.

“지금까지는 출제위원이 교과서와 EBS 교재, 시중 참고서를 들고 출제에 들어가 교과서의 기본 개념·원리를 활용한 문제를 낸 뒤 EBS 교재 등에 나온 문제와 비교해 같은 문제를 걸러내는 방식이었다. 올해는 교과서와 EBS 교재를 놓고 문제를 구상하는 게 달라지는 것이다.”

-EBS 교재는 상·중·하 수준별로 돼 있다. 하위권 학생들이 상위권 교재까지 봐야 하나.

“어떻게 그 많은 교재를 다 볼 수 있나. 하위권 학생들에겐 시간낭비일 수 있다. 교재가 수준별이지만 문제 역시 교과서의 핵심 원리나 개념을 응용한 것이다. 원리·개념 이해, 문제 풀이, 틀린 문제의 개념 반복 학습이 바로 공부의 기본이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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