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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사늑약·한일병합 해석 여전히 평행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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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제2기 한일역사공동연구위원회가 고대부터 근대까지 양국의 공동 연구성과를 23일 발표했다. 고대사에선 의견 접근을 보였으나 근현대사에선 시각 차가 컸다. 지난해 11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우리 측 조광 위원장(왼쪽)과 일본 측 도리우미 야스시 위원장. [연합뉴스]

23일 활동을 마감한 제2기 한·일역사공동연구위원회는 ‘양국간 대화’가 시대의 요청임을 보여주었다.

2002년 출범했던 1기 위원회는 ‘역사 갈등’을 넘어 대화의 시동을 걸었다는 의미가 컸다. 2기 위원회의 성과 중 하나로는 ‘교과서 위원회’를 구성한 점을 꼽을 수 있다. 일본 측은 ‘교과서 소그룹’이라고 부른다.

역사 대화의 ‘종착역’은 양국 공동의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일이다. 그 첫 발은 대화에서 시작할 수 밖에 없다. 지금까지 한·일 양국의 대학 교수, 중·고교 교사 사이 민간 차원의 ‘공동 교과서’ 논의는 있었다. 하지만 양국 정부 기구 차원의 교과서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다. 인원도 가장 많이 배치했다. 프랑스와 독일이 50여 년의 대화를 거쳐 공동 역사교과서를 펴낸 일과 비교하면 한·일 양국은 이제 걸음마를 시작했을 뿐이다.

당연히 대화가 쉽지 않았다.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됐다. 근·현대사가 특히 그렇다. 제국주의 침략의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입장의 차이를 좁히는 일이 쉬울 순 없다. 한국 측은 일본의 침략 과정 속에서 맺어진 각종 조약의 불법성을 강조한다.

반면 일본 측은 근대화 과정에 대한 세계적 보편성을 내세운다. ‘근대’를 바라보는 양국의 시각이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국의 근대는 식민지 피해·수탈과 겹쳐진다. 하지만 일본은 다르다. 일본은 근대화를 자신들이 동아시아의 맹주이자 세계의 중심으로 도약한 역사로 바라본다.


2기 위원회에서도 그랬다. 근·현대사 분야에서 한·일 양측이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독도, 한·일강제병합의 불법성 문제 등은 아예 논의 주제로 올리지도 못했다. 고대사 분야에서의 일부 성과와 대비된다. 임나일본부설에 대한 비판적 인식, 왜구의 다수가 조선인이었다는 주장에 대한 비판 등은 기존의 논의보다 양국의 역사 이해가 깊어진 대목이다. 이번 2기 위원회를 총평하면 ‘고대사·중세사 약간 갬. 근·현대사 먹구름’이라 할 수 있겠다.

이번 연구 결과가 양국 국민의 역사인식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한·일 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집대성한 의미는 있으나 현실적인 구속력은 없기 때문이다.

3기 위원회의 출범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양국의 위원들 모두 이 위원회가 지속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일본 외상은 23일 한국과 일본의 역사 공동연구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공개된 제2기 한·일 역사공동연구위 최종보고서와 관련해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인식의 차가 메워질수 있다면 아주 바람직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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