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鄭夢憲)회장 계열 현대그룹의 여신이 35조원을 넘는다는 것은 현대건설과 하이닉스반도체(옛 현대전자)가 채권단의 금융지원으로 위기를 넘긴다고 해도 나머지 계열사 문제 역시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다. 두 회사의 빚을 제외하더라도 나머지 계열사의 빚이 21조2천6백억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올해 안에 현대그룹에서 분리될 예정인 현대중공업(빚 7조7천9백20억원)과 현대아산의 대북사업을 지원하는 부분을 빼면 큰 문제가 없는 현대상선(3조7천1백20억원)을 빼고도 현대종합상사의 빚이 2조1천50억원, 현대석유화학의 빚이 1조6천7백10억원에 이른다.
금융계는 계열사와 복잡한 거래.지급보증 관계로 얽혀 있고 그동안 산업현장에서 제품을 찾아 수출하기보다 계열사 제품을 대행수출해 수수료(0.5% 미만)로 매출을 올려온 현대종합상사가 어려워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종합상사는 현대자동차가 계열 분리한 뒤 자동차의 대행 수출이 줄어들면서 4월 한달만도 매출이 20% 이상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문제는 정치권에서도 본격적으로 파헤쳐질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우선 정확한 부실규모를 공개한 뒤 옥석(玉石)을 가려 가망없는 기업은 과감히 수술대에 올려야 한다" 는 입장이다.
이강두(李康斗)한나라당 예결위원장은 "우리 경제에 대한 국내.외의 불신은 상당부분 현대문제 때문" 이라며 "무조건 '잘될 것' 이라는 말만 되풀이하다간 정말 큰일날 수 있다" 고 경고했다. 한나라당은 8일 '현대특혜 진상조사회의' 를 시작으로 국회 상임위 쟁점화.국정조사 요구 등 전면공세를 펼 예정이다.
물론 정부와 채권단은 "대주주의 주식을 완전히 없애 경영권을 빼앗기 때문에 특혜가 아니다" 고 해명하고 있다.
현대건설과 하이닉스반도체를 당장 정리할 경우 추가로 들어갈 돈과 채권단의 손해가 더 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채권단 출자전환.대주주 지분 해외매각을 통해 기업을 살리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세정.고정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