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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이것이 궁금해요] 운전면허 어떻게 따나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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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Q) 주행시험을 무려 일곱차례나 보는 등 운전면허증을 어렵게 땄습니다. 북한에서는 운전면허증을 어떻게 취득하나요. 길병진(28.경남 창원시 도계동)

(A) 북한에서는 운전원(운전사)이 하나의 기술직으로 평가받고 있어요. 자동차가 적어 운전대를 잡기가 쉽지 않은 데다 운전원은 여러 지역을 돌아다닐 수 있어 인기 직종이랍니다.

이곳저곳 다니다 보면 생필품을 구할 기회를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북한에선 남한과 달리 차량 수급에 따라 운전면허증 발급이 규제되고 있어요.

운전면허를 취득하자면 각 도의 '운전원 양성소' 에서 정규과정(1년)을 거쳐 시험을 보거나, 군대에서 교육을 받은 뒤 면허를 얻지요. 시험 합격률은 80~85% 정도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감독관들이 상부로부터 '20% 정도는 탈락시키라' 는 지시를 받기 때문이라고 탈북자들은 전합니다.

운전원 양성소에 들어가기는 쉽지 않다고 합니다. 특정 기업소 당위원회의 심사와 추천을 받아 대상자를 선발하거나, 고등중학교 졸업생 가운데 모범생들을 추천받아 선발하기 때문이죠.

운전교육생들은 출.퇴근하지 않고 양성소내 합숙소에서 집단생활을 하게 됩니다. 양성소에는 실습용 자동차가 4~5대 있으며 한차례에 50여명이 교육을 받지요.

교육과정은 당정책.도로교통법.자동차운영학.코스주행실습.장거리주행실습 등으로 이뤄집니다.

코스주행 실습은 보통 1주일 가량 실시하지만 장거리는 5~6개월 걸립니다. 교육생들이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 바로 장거리 실습시간입니다. 지방에 나들이 삼아 돌아다닐 수 있기 때문이죠.

운전교육에는 차량수리와 정비도 포함됩니다.

시험과목은 정치, 교통법규, 자동차구조학.운영학, 코스.장거리 주행 등입니다. 어느 한 과목이라도 탈락하면 다음 기회에 재응시해야 합니다.

면허 종류는 1~4급. 4급 면허 소지자는 5t 이하의 화물차, 3급은 2.5t 화물차와 버스.지프, 2급은 승용차 등 모든 차량을 운전할 수 있어요. 우리와 달리 승용차 운전을 화물차 운전보다 더 어렵게 여깁니다. 1급은 운전과 함께 자동차 설계.제작도 가능한 '자동차 박사' 에게만 주어지죠.

4급 면허자가 1~2년이 지나면 1~3급 면허를 위한 승급시험을 치를 수 있습니다.

운전원은 차 안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게 돼있으며 항상 차를 깨끗이 유지해야 합니다. 세차가 불량하면 벌금 20원(노동자 한달 평균임금 1백원)이 부과됩니다.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면 벌금 50원에 면허가 취소되고, 사망사고를 내면 면허증을 영구 박탈당하고 1~3년의 징역을 사는 등 처벌이 엄합니다.

고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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