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서남부 2000만 명 식수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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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20일 가뭄으로 거북 등껍질처럼 갈라진 중국 서남부 윈난(雲南)성 루량(陸良)현의 한 저수지 바닥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내려다보고 있다. 이 지역엔 지난해 9월 이후 거의 비가 내리지 않았다. [루량 신화통신=연합뉴스]

중국 서남부에 100년 만의 최악의 가뭄이 몰아쳤다. 윈난(雲南)·구이저우(貴州)·쓰촨(四川)성과 충칭(重慶)직할시, 광시(廣西)자치구 등 5개 지역에는 지난해 9월 이후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다. 1급 가뭄 경보가 내려진 이들 지역에서는 댐과 저수지가 말라 주민 2000만 명과 가축 1100만 마리가 마실 물조차 없어 고통을 받고 있다.

22일 신화통신을 비롯한 중국 언론에 따르면 이들 지역에서는 5100만 명 이상의 가뭄 이재민이 발생했다. 직접적인 경제 손실도 190억 위안(약 3조1540억원)에 달한다. 다음 달 중순까지 비 소식이 없어 가뭄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윈난성에서만 주민 780만 명과 가축 486만 마리가 식수난을 겪고 있다. 농경지 약 2만9000㎢가 가뭄 피해를 봤다. 중국 꽃 수요의 80%를 공급해 온 윈난성의 가뭄으로 화훼농가 피해도 심각하다.

가뭄이 장기화하면서 최근 한 달 동안 채소를 비롯한 농산품 가격이 40%가량 폭등하자 사재기 현상까지 생겨나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지방정부들은 소방차를 동원한 긴급 급수작전을 펼치고 있지만 가뭄 피해 지역이 워낙 광범위해 식수난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가뭄 피해가 가장 심각한 윈난성 취징(曲靖)시 일대를 시찰했다. 원 총리는 “윈난의 가뭄은 100년에 한 번도 일어나지 않는 대가뭄”이라며 “당과 정부가 재해 대책에 진력하겠다”고 이재민에게 약속했다고 베이징 방송이 전했다.

정펑톈(鄭風田) 인민대 교수는 “식수와 관개 용수시설에 대한 투자 부족이 가뭄 사태 피해를 악화시켰다”고 비판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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