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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제도 바꿔 도시자본 농촌 유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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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허상만 농림부 장관은 정부 주도의 농업 정책을 지방자치단체와 농민 중심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또 농지제도를 바꿔 도시 자본을 적극적으로 농촌으로 유치해 농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촌 개발의 방향은 '농촌을 도시처럼 만드는 게 아니라 농촌의 특색을 살리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지난달 28일 본지 홍병기 경제부 차장과 만난 자리에서다.

그는 쌀 재고 부담을 덜려면 북한에 쌀을 지원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 진행 중인 쌀 협상에서도 쌀을 원조용으로 북한에 줄 수 있는 관련 근거를 인정받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쌀 협상 시한이 연말이다.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관세화 유예 여부를 놓고 그 시기와 의무수입 물량 규모를 정하는 것이 최대 쟁점이다. 우루과이라운드(UR)의 협정에 따라 10년간 관세화를 유예하는 대신 일정 규모의 외국 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하도록 돼 있다. 지금은 1986~88년 평균 국내 소비량(513만t)의 4%에 해당하는 쌀을 수입하고 있는데 쌀 수출국들은 이를 9%까지 늘리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수용하기 어렵다. 1인당 연평균 쌀 소비량이 95년 109㎏에서 지난해 83㎏까지 줄어드는 등 쌀 소비 감소 추세를 감안하면 현재 수입량도 국내 전체 소비량의 6%나 된다. 그러나 상대국 요구를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앞으로 수입량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현재 금지하고 있는 수입 쌀 시판 문제도 부분적인 개선이 불가피하다. 수출국들은 자국 쌀을 안정적으로 수출하기 위해 국가별 수입량(쿼터)을 정해 달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국가별 쿼터를 주기는 어렵다. 대신 곡종별로 쿼터를 정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수입이 늘면 쌀 재고가 문제다. 해법은.

"북한에 대한 쌀 지원을 계속할 것이다. 이번 협상에서 쌀 수출국으로부터 북한 원조와 관련된 근거를 인정받도록 노력할 방침이다. 북한에 대한 쌀 지원은 인도적인 목적 외에 국내에서 남아도는 쌀 재고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도 된다."

-쌀시장 개방에 대한 농민들의 걱정이 많은데 대책이 있나.

"외국 쌀과 경쟁할 수 있도록 농사 짓는 규모를 늘려 생산비를 낮추고, 친환경 농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다. 하루아침에 되진 않을 것이다. 그래서 당분간 생산하는 쌀 80㎏당 17만원선의 소득을 보전해줄 방침이다. 농업인의 날(11월 11일)에 최종안을 발표할 것이다. 그러나 반발을 달래는 식의 지원은 하지 않을 것이다. "

-정부는 5년 이상 농민에게 농지를 임대하면 도시민이 농지를 무제한으로 소유할 수 있는 농지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투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다.

"우리 농업은 생산비가 높고 규모가 영세해 가격 경쟁력이 낮다. 농촌이 지금처럼 활력이 없어서는 안 된다. 정부가 향후 10년간 119조원을 투.융자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현재 농지제도로는 힘들다. 농지를 전문적으로 농사 짓는 농민에게 몰아줘야 한다. 투기는 막겠지만 지금은 투기 걱정보다는 도시 자본이 농촌으로 유입돼 농촌의 활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농지 제도를 안 바꾸면 농민들이 논을 팔고 싶어도 팔기 어렵다."

-농정에 대한 농민의 불신이 깊다.

"지금까지 농정은 정부가 계획을 세우고 농민이 따라오는 식이었다. 앞으로는 각 지방자치단체와 농민, 지역 전문가들이 지역에 맞는 사업 계획을 만들면 정부가 선별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꿀 것이다. 쌀 협상 내용도 완전 공개하고 농민과 소비자, 국회가 최종 결정할 수 있게 할 것이다."

-농업만으론 농촌 사회가 유지되기 어렵다. 농외소득을 높일 방안은.

"부처별로 산발적으로 하던 농촌 관광.개발 사업을 농림부 중심으로 통합할 계획이다. 전국 5만6000여개 농촌 마을을 1000개 권역으로 묶어 권역별로 3년간 70억원을 지원할 것이다. 지자체들은 농촌을 도시처럼 만드는 개발 계획을 자꾸 가져오는데 농촌의 특성을 살려 농촌을 농촌답게 가꾸어야 도시인을 끌어들일 수 있다."

-농협 개혁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농민에게 이익을 주는 조직으로 농협이 바뀌어야 한다. 농협 조합장 보수를 은행 지점장과 비교하는데 조합원들에게 이익 배당이 없는데 일부 임원들이 무조건 높은 월급을 받는 것은 문제다.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은 분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단 신용 부분의 이익이 경제사업으로 이전되도록 제도적 장치를 해야 한다."

정리=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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