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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반 컬렉션] 생상 '동물의 사육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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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프로코피예프의 '피터와 늑대' , 슈만의 '어린이를 위한 앨범' , 풀랑의 '아기 코끼리 바바' , 훔퍼딩크의 '헨젤과 그레텔' , 카발레프스키의 '어린이를 위한 30개의 소품' ….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 는 이들 작품처럼 처음부터 어린이를 위해 작곡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2분 내외의 짧은 소품 14개로 꾸며진 데다 동물 울음소리를 흉내낸 악상 때문에 '어린이 음악회' 의 단골 메뉴로 오른다.

생상스는 이 곡을 친구 집에서 비공개로 초연한 후 생전에는 출판하지 않겠다며 악보를 책상 서랍 속에 넣고 잠가버렸다. 군데군데 다른 작곡가들에 대한 신랄한 풍자와 패러디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거북이' 는 캉캉춤으로 유명한 오펜바흐의 '지옥의 오르페우스' 서곡을 느리고도 슬프게 연주하고, '코끼리' 는 베를리오즈의 '파우스트의 겁벌' 중 '요정의 춤' 과 멘델스존의 '한여름밤의 꿈' 을, '피아니스트' 는 체르니 연습곡 제1번을 인용하고 있다.

'동물학적 환상곡' 이란 부제가 붙은 이 작품에는 이밖에도 사자.닭.당나귀.캥거루.뻐꾸기 등 많은 동물들이 등장한다. 그중 첼로 소품이나 발레음악으로 편곡돼 연주되는 '백조' 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제7곡 '수족관' 은 영화 '천국의 나날들' 의 배경음악과 광고음악으로도 등장했고 피날레곡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환타지아' 에 흐른다.

원래는 두 대의 피아노와 피콜로.플루트.클라리넷.실로폰 및 현악합주를 위한 실내악 편성으로 작곡됐으나 관현악 편곡이 더 유명하다. 주빈 메타 지휘의 이스라엘필하모닉의 녹음(EMI)에는 피아니스트 카티아.마리엘 라베크 자매의 눈부신 활약이 생동감을 자아낸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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