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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와이드] 청소년 그들의 문화와 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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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가정,학교,사회 그리고 국가는 청소년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고 청소년 스스로 행복을 가꾸며 살아갈 수 있도록 여건과 환경을 조성한다.”

1998년 10월 공포된 ‘청소년 헌장’의 한 구절이다.그러나 ‘여건과 환경’을 조성해주려는 어른들의 노력은 부족했다.

그래서 개관 1년을 맞는 서울 명동의 ‘미지센터’와 새로 문을 여는 서울 영등포의 ‘아하센터’ 등은 특별하고 귀중한 공간으로 다가온다.

<미지센터>

"어느 학교 다니지?" "수도…학원요. " "수도여고?" "아뇨. 학원요. "

고등학교 2학년 나이의 여진(18)은 학교가 아닌 학원에 다닌다. 여진이는 지난해 두발 자유화운동을 벌여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던 전국중.고등학생연합의 회원이다.

학교에선 여진이의 '튀는' 행동을 문제삼아 전학을 권했지만 받아주는 학교가 없었다. 자퇴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하지만 여진이는 '미지센터' 가 있어서 학교에 못가는 섭섭함을 달랜다.

"어느 학교 다니지?" "수도…학원요. " "수도여고?" "아뇨. 학원요. "

고등학교 2학년 나이의 여진(18)은 학교가 아닌 학원에 다닌다. 여진이는 지난해 두발 자유화운동을 벌여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던 전국중.고등학생연합의 회원이다.

학교에선 여진이의 '튀는' 행동을 문제삼아 전학을 권했지만 받아주는 학교가 없었다. 자퇴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하지만 여진이는 '미지센터' 가 있어서 학교에 못가는 섭섭함을 달랜다.

"이곳에서는 내가 원하는 것을 즐겁게 경험할 수 있어요. "

그렇다고 여진이처럼 학교를 다니지 않는 청소년들만 오는 게 아니다. 이 곳을 이용하는 청소년 대부분은 정상적으로 학교를 다닌다. 다만 학교를 다니지 않는 여진이든, 학교를 다니는 그 누구도 이 곳에선 모두 평등한 하나의 인격체로서 대접받고 어울린다.

조금 더 미지센터(http://www.mizy.net)를 들여다 보자. 미지센터는 대한민국 소비문화의 중심지라는 명동에 있다. 우선 센터가 있는 2층으로 오르는 계단의 벽화가 눈길을 끈다. 센터의 이진원 팀장은 "처음 들어올 때 '뭔가 조금 다른 곳이구나' 하는 느낌을 주기 위한 장치" 라고 소개했다.

3백30여평의 공간 중 절반은 인터넷 카페다. 50여대의 컴퓨터가 준비돼 있다. 아늑하고 조용하다. '미지' 는 명동청소년정보센터(Myongdong Info Zone of Youth)의 약칭이자 어감상 미지(未知)의 세계를 함께 상징한다. 정식 명칭은 서울청소년문화교류센터다 . 운영은 유네스코 한국위원회가 맡고 있다.

카페 반대쪽엔 '패션센터' '영상센터' '자치활동지원센터' '청소년 인권센터' 등 다섯개의 방이 있다. 전국대학패션연합회 등 5개 단체가 운영한다. 일종의 아웃소싱인 셈이다. 각 단체들은 방 이름대로 청소년들의 활동을 돕는다.

요즘 이 곳의 최대 관심거리는 5월 명동거리 축제다. 고등학생과 대학생으로 이뤄진 행사준비팀이 기획에서 홍보.진행까지 도맡고 있다.

정원(중경고2.18)이는 "내 이름을 걸고 무엇인가 해낸다는 것이 뿌듯하다" 고 말했다. 축제는 5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2~6시 명동거리에서 펼쳐진다. 미지센터가 주관하는 대부분의 행사는 청소년들이 직접 만든다.

이 센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미지세계 문화클럽(MICC)' 이다. 중.고.대학생반으로 나눠 매주 한번씩 영어와 일어로 한국과 외국의 문화에 대한 토론을 한다. '의상' 이 주제인 날은 한복과 기모노를 입어 보는 식이다.

어학은 덤이지 목적이 아니다. 3개월 과정이기 때문에 6월 말에 청소년들을 새롭게 모집한다. 또 유네스코가 운영하기 때문에 쉽게 외국 청소년들과 접할 수 있고 해외 교류에 참가하는데 여러가지 이점이 있다.

미지센터 탐험을 끝내기 전에 꼭 한군데 둘러볼 곳이 있다. 바로 흡연실이다. 지난달 29일 낯선 기자의 흡연실 방문에 한 학생이 종종걸음으로 자리를 피했다. 그러나 이내 모퉁이 벽에 얼굴을 쑥 내밀고는 한마디 한다. "이게 있어서 담배를 덜 피우게 돼요. "

'자위행위 에티켓' '잠깐, 성관계 갖기 전' .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경찰서 부근에 있는 아하센터(http://www.aha.ymca.or.kr) 섹슈얼리티 전시관 코너이름이다. 처음 들어오는 청소년들은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그러나 통계를 보자. 지난해 서울 YMCA 조사에 따르면 서울시내 남자 고등학생의 18%가 성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70%가 여자친구와 첫 관계를 했고, 시기는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1학년 사이가 80%였다.

아하센터 이명화(李明花)센터장은 "청소년들에 대한 성교육은 학교에서 하는 생물학적 지식 교육과, 음란물을 통해 알게 되는 외설적이고 폭력적인 부분 등으로 양분돼 있다" 고 말했다.

아하센터는 이같은 현실을 감안해 성교육을 하는 곳이 아니라 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문화를 형성하는 데 도움을 주는 장소라는 설명이다. 그래서 아하센터의 공식 명칭은 청소년 성문화센터다.

그럼 아하센터의 '섹슈얼리티 기행' 을 따라가 보자. 우선 이 곳을 이용하려면 열명 이상이 한 팀을 만들어 신청(02-677-9220)해야 한다. 초등학교 5학년~중학교 2학년, 중학교 3학년~고등학교 1학년, 고등학교 2~3학년으로 팀이 나뉜다.

첫단계는 '마음 열고 말하기' 코너다. 성에 관한 퀴즈를 풀며 긴장을 푸는 단계다.

두번째 단계는 전시장 견학. 보고 체험하고 느끼는 곳이다. 첫 코너는 슬라이드 필름 보기다. 23컷의 인물 사진이 뜬다. 뚱뚱한 사람, 키 큰 사람, 작은 사람 등등. 아이들 말로 '쭉쭉빵빵' 만 있는 것이 아니다.

모두의 몸이 소중하다는 걸 보여주자는 의미라고 한다. 눈길을 끄는 코너는 남자 고등학생이 아이를 안고 있는 '미혼부(未婚父)' 인형. 잘못된 성은 여학생뿐 아니라 남학생들에게도 큰 상처가 된다는 걸 보여주자는 의도다.

피임도구 사용 실습 코너도 있다. 초등학생과 중학교 저학년생은 이 코너를 비롯, 몇 곳은 볼 수 없다. 마지막 전시실은 준비되지 않은 성관계의 부작용을 일깨우는 내용들로 채워졌다. 실물 무게의 아이를 안아 보며 생명의 소중함을 느껴보는 곳도 있다.

전시실을 나오면 3단계 교육이 이뤄지는 잼(JOY)방으로 간다.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성을 이해한다' 는 취지대로 그날의 느낌을 찰흙으로 만들어 보고 다른 청소년들과 공유한다.

특히 이 곳에는 YMCA에서 성교육을 받은 청소년들이 '또래지기' 로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어 마음을 터놓고 성을 얘기할 수 있다.

서울시 청소년종합상담실(http://www.teen1318.or.kr)에 따르면 대면(對面)상담에서는 열등감 등 성격 문제로 고민하는 경우가 많지만 익명이 보장되는 전화나 인터넷 상담에서는 성문제 상담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하센터에서는 공휴일을 제외한 매일 오전 10시~오후 9시 전화(02-676-1318)와 인터넷을 이용한 상담도 한다.

글=김영훈 기자

사진=최승식.그래픽=신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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