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정의 어린이 진료실] 3일간 고열 지속 ‘돌발진’ 열 떨어지면서 발진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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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는 인체를 보호하기 위한 단순한 ‘포장지’가 아니다. 전신의 건강을 보여주는 ‘몸의 거울’이다. 어린이에게 피부가 붉게 변하는 발진은 어른보다 훨씬 다양하다. 열과 동시에 나타나기도 하지만 때론 열이 떨어진 뒤, 또 열이 없는데도 발진만 생기기도 한다.

발진의 양상도 각양각색이다. 발진이 온몸 또는 국소적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대칭형·비대칭형이기도 하다. 이 같은 발진의 양상을 보면 어느 정도 질병을 예측할 수 있다.

우선 대표적인 감염성 발진을 보자. 바이러스 감염은 홍역·풍진·돌발진·전염성 홍반·수두·수족구병 등이다. 또 세균감염 질환으로는 성홍열이 있다.

홍역은 최근 예방접종 덕분에 발생이 현저히 감소했다. 홍역은 귀 뒤로부터 발진이 시작돼 얼굴·목·몸통·사지 순으로 2~3일에 걸쳐 진행된다. 이 기간에 고열 증상을 보인다. 처음에는 발진이 반점처럼 보이다가 점차 합쳐져 전신적 구진상 발진을 보인다.

풍진의 경우엔 홍역과 비슷하지만 진행 시간이 짧고, 색상이 홍역에 비해 옅으며, 2~4일 이내에 소실된다.

돌발진은 3일 정도 고열이 지속되다가 열이 떨어지면서 동시에 몸통부터 발진이 시작돼 전신으로 퍼진다. 1~2일 뒤 소실되는 경과를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전염성 홍반은 양쪽 뺨이 맞은 듯이 빨개지며, 팔다리의 외측부와 둔부에도 발진이 보인다. 7~9일 뒤 발진이 소실되는데 영아보다는 초등학생 어린이에게 흔히 발생한다.

수두는 맨 처음 몸통에 홍반성 발진이 생기고, 그 발진이 수포로 변한다. 그다음 곪아터지고 딱지가 않는 순서로 진행되는데 몸통에서 팔다리·얼굴 쪽으로 퍼져나가는 게 특징이다. 5~10일간에 걸쳐 발진이 나고 부스럼이 생기면서 낳는다. 그 자리에 엷은 상흔이 생길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수족구병은 손바닥·발바닥·다리·엉덩이에 발진이 나타나고, 물집이 생기는 양상을 보인다.

수입안의 혀·구강점막·연구개·경구개(목젖 부위)에도 이런 발진이 나고 아파한다. 다행히 2~7일 후 없어진다. 세균감염에 의한 성홍열은 홍반성 구진상(부풀어오른 형태) 발진이 얼굴·목·가슴·배·손등에 생긴다. 모양은 사포와 같이 오돌오돌 하다. 혓바닥이 빨간 딸기 색으로 변하고, 인두와 편도가 붓는다. 항생제로 치료해야 한다.

소아에서 열과 발진을 보이면 반드시 소아과 전문의의 진찰을 받고 정확히 진단받아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권희정 권소아청소년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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