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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렁하던 지방 미분양 시장 모처럼 생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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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미분양 주택을 사면 양도소득세를 감면해주겠다는 정부 방침이 발표되자 지방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모처럼 생기가 돌았다. 지난 20일 충남 천안시 용곡동의 한라비발디 견본주택엔 평소 주말보다 많은 사람이 다녀갔다.

지난 20일 울산광역시 유곡동 e편한세상 아파트 모델하우스에는 평소 주말보다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다. 정부가 지방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감면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장우현 분양소장은 “정부 발표 직후 평소보다 문의 전화나 내방객 수가 두세 배 늘었다”며 “하지만 계약으로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주말 지방의 주요 미분양 단지 모델하우스는 모처럼 생기가 돌았다. 양도세 면제 혜택이 끝난 지난달 11일 이후 주택 수요자들의 발길이 끊긴 지 한 달여 만이다. 충남 천안시 용곡동 한라비발디 아파트 이혁재 분양소장은 “본격적인 것은 아니지만 지난달 중순 이후 끊겼던 문의나 상담이 다시 시작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주택 수요자들은 분양가 할인을 전제로 한 세제 혜택이라는 점에서 이번 대책을 반긴다. 건설사들이 바겐세일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대구에 사는 직장인 장선호(38)씨는 “이번 세제 혜택을 이용해 미분양 주택을 한 채라도 더 팔려면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내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주택 수요자 입장에서는 내 집 마련의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고 밝혔다.

건설사들 간의 분양가 할인 경쟁도 기대한다. 부산에 사는 김모(33·자영업)씨는 “해운대처럼 여러 건설사들이 분양 중인 곳에서는 서로 더 나은 조건을 내걸지 않겠느냐”며 “서두르지 않고 기다려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건설사들은 분양가 할인이 쉽지 않은 눈치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건설사 임원은 “지방 미분양 아파트 대부분이 중도금 무이자나 발코니 무료 확장 등을 통해 이미 실질적으로 분양가를 깎아주고 있어 추가 할인이 쉽지 않다”며 “중도금 무이자 제공 등의 간접 할인은 감면 대상이 아니므로 여러 방안을 놓고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발코니 공짜 확장과 같은 부수적 혜택을 없애는 것을 검토하는 업체도 있다. 광주의 한 미분양 아파트 분양소장은 “분양가 15% 할인에 잔금 유예 및 2년간 대출이자 대납 등의 혜택을 주고 있는데, 이를 중단하고 대신 분양가를 더 내리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렇지 않아도 순위 내 청약자가 거의 없는 지방 신규 분양 시장은 더 위축될 전망이다. 양도세 혜택 대상에서 빠진 데다 주택 수요자들의 관심이 미분양 아파트로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미분양, 신규 분양 단지들도 마찬가지다. 인천 서구 당하동 검단힐스테이트 권오진 소장은 “안 한다던 지방 양도세 감면 혜택을 새로 내놨으니 수도권도 곧 같은 조치가 나올 것으로 보는 수요자가 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미분양 아파트 팔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고양·남양주·수원시 등 수도권 신규 분양 단지들에서는 분양가 인하 움직임이 인다.

앞서 나온 단지보다 분양가를 내려 경쟁력을 갖추려는 의도다. 계룡건설은 경기도 고양시 삼송지구에서 이달 말께 분양할 계룡리슈빌의 분양가를 앞서 나온 단지들보다 3.3㎡당 30만~50만원 내릴 계획이다. 정근찬 분양소장은 “그렇더라도 입지여건이 좋은 택지지구는 분양가 할인 폭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황정일·최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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