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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를 다지자] 87. 부실한 환경영향평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경인운하 건설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의 해양생태계 분야를 대행업체에서 의뢰받은 모 대학 연구팀은 1997년 10월 조사결과를 제출했다.

"건설사업을 시행할 경우 서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하다" 는 결론을 담은 내용이었다.

그러나 대행업체는 조사결과를 종합하는 과정에서 이 내용을 빼 버렸다. 그 때문에 요즘 그 사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놓고 심각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11월 택지개발사업지인 경기도 용인 신봉지구에선 녹지등급을 허위작성한 채 환경영향평가서가 통과된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환경단체와 주민들이 적극 나서서 정밀조사한 결과였다. 결국 행정당국은 나무를 베어낸 곳을 복원하라는 명령을 환경부에서 받게 됐다.

환경영향평가제도는 그동안 수차례 보완됐으나 '환경파괴적 개발에 대한 면죄부에 불과하다' 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평가서 작성에 객관성이 없다는 점, 평가시기가 부적절하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우선 개발업체에서 용역을 의뢰받은 환경영향평가 대행업체가 내놓은 결과가 시비를 낳고 있다. 평가 대행업체는 돈을 준 개발업체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고, 평가 후 개발계획까지 수립해야 하는 경우가 있어 개발업체의 입장을 무시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또 평가시기도 문제다. 현행 절차에 의하면 개발업자가 기본계획을 받아 토지를 사들이는 과정을 거친 뒤 공사에 들어가기 직전에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한다. 따라서 사업자는 해당 사업에 이미 돈을 많이 써 뒤로 물러설 여지가 없다.

한국토지공사가 진행 중인 죽전택지개발사업은 택지지구를 지정하고 개발계획이 승인된 뒤 택지를 일부 분양한 상태에서 뒤늦게 환경영향평가 협의절차를 밟았다.

녹지등급상 보전지역으로 평가된 숲마저 분양해 버린다면 우리 국토는 어떻게 될 것인가.

서왕진 <환경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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