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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대통령궁 무장병력 배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필리핀이 조셉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의 축출 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에스트라다를 체포 구금하면서 시작된 반(反)아로요정권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29일 비록 실패했지만 쿠데타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친에스트라다 시위대는 한때 30만명까지 늘어나는 등 점점 위세를 떨치고 있다.

이들은 "부자들이 우리의 대통령을 그들의 입맛에 들지 않자 부패 혐의를 씌워 쫓아냈다" 고 주장하며 에스트라다의 대통령 복귀를 외치고 있다.

시위대의 숫자가 불어나고 쿠데타설도 점차 확산되면서 위기를 느낀 아로요 정부는 30일 오전 2시(현지시간)를 기해 적색경보를 발령해 대통령궁을 포함한 주요 시설물에 대한 경계태세에 들어갔다.

군은 대통령궁을 경호하기 위해 주변에 무장 차량들을 배치했으며 에스트라다가 건강검진을 받고 있는 국군병원에도 탱크 5대를 배치했다.

또 시위대로부터 2㎞ 떨어진 캠프 아키날도 사령부는 만일의 사태를 위해 2천명의 군병력을 배치했다. 시위대와 군과의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도는 가운데 시위대 지휘부는 이날 새벽 긴급회의를 열고 대통령궁으로 행진하기로 한 계획을 일단 취소했다.

하지만 마닐라 주식시장 주변과 '피플파워' 성지 등 곳곳에서 일고 있는 시위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어 앞으로의 사태를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디오메디오 비라누에바 참모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군은 아로요 대통령 휘하에 1백% 뭉쳐 있다" 며 최근의 군부 쿠데타설을 부인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아로요 정권이 무너지고 에스트라다가 다시 정권을 잡을 것이라는 조심스런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에스트라다의 측근인 미리암 디펜소 산티아고는 "며칠 안에 군부는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한다" 며 "군부도 스스로 권력의 향방을 쥐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월에도 군이 아로요 쪽으로 돌아선 것이 에스트라다 축출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바 있다.

마닐라 근교 산 후안 시장직에 출마하는 에스트라다의 아들 조셉 빅터 에예르치토는 이번 시위는 '계급전쟁' 이라며 도시빈민층이 대부분인 에스트라다 지지자들을 자극했다.

반면 에스트라다 축출에 기여했던 하이메 신 추기경은 "적합한 헌법적 권위에 맞서는 음모를 돕는 것은 부도덕한 일" 이라면서 중산층 이상 시민들에게 반에스트라다 시위대 조직을 결성할 것을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아로요 대통령은 30일 오전 10시 비상내각을 소집해 이번 사태의 대응책을 검토했으나 내용은 즉각 알려지지 않았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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