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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 양민피살 케리 전의원 '진실게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4월 30일 미국은 되살아나는 악몽 속에서 베트남전 패전 26주년을 맞았다. 지난달 18일 밥 케리(사진)전 상원의원(네브래스카)이 고백한 '해군 특공대 베트남 양민 학살사건' 의 논란이 계속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케리는 "1969년 2월 25일 밤 베트콩 지도자 회의가 열린다는 첩보에 따라 베트남의 탱퐁 마을에 접근하던 중 사격을 받고 응사했는데 나중에 보니 20여명의 아녀자들이 죽어 있었다" 는 내용을 고백했다. 케리는 당시 해군 특공대 SEAL의 대위였으며 베트남에서 오른쪽 다리를 잃었다.

하지만 29일자 뉴욕 타임스 매거진은 당시 함께 작전에 참가했던 거하드 클랜의 말을 인용해 "특공대원들이 여자와 어린이들을 모아놓고 팀장이던 케리의 명령에 따라 기관단총으로 사살했다" 고 보도했다. 사고가 아니고 의도적인 학살이라는 주장이다.

클랜이 이런 주장을 한다는 것을 안 나머지 대원 여섯명은 27일 밤 뉴욕에 있는 케리의 집에 모여 사태를 의논했으며 다음날 아침 "클랜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고 반박했다.

하지만 학살사건은 이미 양국간 외교문제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8일 베트남의 탱퐁마을에서는 생존자들이 미국 언론에 "미군이 아녀자를 모아놓고 목을 자르고 배를 갈랐다" 고 증언하면서 해묵은 감정이 되살아날 조짐이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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