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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금강산사업 결국 접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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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남북화해의 상징인 금강산 관광사업이 현대상선의 철수로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중단될 위기를 맞았다. 현대상선의 금강산 관광사업 포기는 현대의 대북사업 포기나 마찬가지여서 개성공단 등 다른 사업의 향방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을 전담하는 현대아산의 주주 구성을 보면 현대상선이 최대주주(40%)이고 현대건설(20%)과 현대중공업(20%)이 2대주주다.

현대상선이 철수하는 데다 건설과 중공업마저 곧 출자전환과 계열분리를 앞두고 있어 현대아산의 실질적인 자금줄이 모두 끊기게 되는 셈이다.

현대아산은 남북한 당국이 협조를 해줘 육로관광 등이 시작되면 이 사업권을 담보로 국내외에서 자금을 차입해 사업을 계속 꾸려간다는 입장이지만 현실성이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정부가 현대아산에 직접 자금을 지원하거나 한국관광공사 같은 공기업 혹은 다른 대기업이 사업권을 인수하지 않는한 대북사업의 지속은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 현대아산, '단독사업' 은 어려워=김윤규(金潤圭)현대아산 사장은 "현대아산이 상선측의 관광선을 임대하거나 상선측에 운항비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운항을 맡기는 방안을 고려 중" 이라고 밝혔다.

金사장은 그러나 현대상선으로부터 관광선 운항사업을 인수하는 시기를 묻자 "자금이 바닥난 상태인 만큼 당장은 어렵다" 고 말해 자력으로는 사업 지속이 어려움을 시인했다. 다만 육로관광 등 관광 활성화대책이 실현되고 외부자금이 수혈될 때까지 현대상선에 기다려 달라는 주문만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상선은 현대아산의 요청과는 상관없이 이달부터 단계적으로 사업철수 작업에 돌입할 방침이다.

현대아산측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해도 단시일 내에 실행되기는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상선측은 현재 용선(임대방식)으로 운항 중인 4척의 관광선을 계약상 당장 돌려줄 수 없는 입장이라 당분간 제3의 해외선박회사에 재용선하는 방안을 이미 구체화하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정몽헌 회장도 이같은 대북사업 철수 불가피성을 이미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며 "북한에 다녀온 뒤 귀국하지 않고 현재 일본에 체류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고 말했다.

◇ 당국 지원이 관건=현대가 자력으로 금강산사업을 지속하기 어렵다면 남은 열쇠는 남북한 당국의 지원뿐이다.

현대의 금강산사업 포기 여부는 1~2주 내에 결판날 전망이다. 현대측이 북한당국에 다음주까지 금강산 관광활성화 대책 등에 관한 방침을 정해달라고 통보한 데다 현대아산은 30일에 송금해야 할 4월분 관광료도 보내지 못해 북측의 처분만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북한의 입장은 분명치 않으며, 우리 정부도 '정경분리' 원칙을 내세우며 직접 개입을 자제하고 있어 지원 여부가 불투명하다.

이런 요인을 감안할 때 현대상선의 철수가 현대측의 남북한 당국에 대한 '압력용' 이란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김시래.김남중 기자

사진=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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