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0일 확정한 재수정 요구안에는 단기적 재수정 요구 항목과 함께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근절을 위한 중장기 방안도 포함돼 있다. 특히 재수정 요구서에 처음으로 '유네스코 교육 권고' 를 명시한 것은 틈만 나면 반복되는 일본 역사 왜곡의 악순환을 이번엔 끊어버리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담겨진 것이다.
◇ 유네스코 권고안 발굴=정부 당국자는 "국제사회에서 강력한 목소리를 내고 싶어하는 일본 우익들에게 유네스코 교육 권고는 뼈아픈 일침(一針)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전쟁을 미화하고 침략을 부정하는 내용으로 가득찬 '새역모' 교과서에 대해 국제사회 잣대인 유네스코 교육 권고를 제시하면서 재수정을 요구하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판단이다.
또한 교육부 전문가팀과 국사편찬위원회가 마련한 재수정 요구안에는 한일합병.종군위안부 문제 등 역사를 왜곡한 30여개 항목에 대한 근거가 담겨져 있다. 정부는 이 중 일부에 대해선 문제점만 적시하고 나머지는 우리측의 대안(代案)까지 제시했다.
특히 정부의 재수정 요구안에는 '황국사관(皇國史觀)' 등 사관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는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가 사관의 문제로 흘러갈 경우 불필요 한 학문적 논쟁만 유발되는 등 본말이 전도되는 현상이 초래될 것을 우려한 조치다.
이와 함께 정부는 '전선(戰線)을 확대하지 않는다' 는 전술적 판단에 따라 기존 7종의 역사교과서에 대해서는 '종군위안부' 삭제 및 축소 문제만 주로 제기하고 재수정 요구는 '새역모' 교과서에 집중키로 했다.
◇ "면죄부(免罪符) 주지 않는다" =일본이 우리의 재수정 요구를 거부할 경우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단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때 정부 일각에서 "교과서 문제를 다른 외교적 사안과 연계하지 않는다" 는 견해도 있었으나 네차례의 대책회의 끝에 한.일관계 근간을 흔드는 이번 왜곡 문제에 대해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는 방침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가 마련한 대응방안들에 대해서는 이것이 '협상카드' 인 만큼 전반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그때 그때 적절하게 사용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일본측이 30여개 항목 일부에 대해 재수정하는 척만 하고 '손 털고 넘어가는' 것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역사인식이 잘못된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 의 교과서에 대해 일부 자구(字句)나 문구(文句)만을 수정하면 '역사의 면죄부' 를 주고 만다는 판단 때문이다. .
정부는 또한 일본측에 재수정 요구안을 전달한 뒤 5월 중순까지 일본측의 조치를 지켜보기로 했다.
정부 당국자는 "재수정 요구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의지를 일본의 새 내각이 충분히 알고 있을 것" 이라면서 "교과서 왜곡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일본측의 조치가 나올 때까지 지속적으로 대응카드를 사용할 방침" 이라고 밝혔다.
이철희 기자